123정장 "본 사람은 다 구조"... 유족들 "누가 구조했어!"

[국감-농해수위] 세월호 선원들과 해경123 정장 출석한 국감장

등록 2014.10.16 23:18수정 2014.10.1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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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출석한 김경일 해경 123정장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해경 소속 123경비정 김경일 정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은 다 구조했습니다. 본 사람은 다 했습니다."
"누가 구조했어요!"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의 김경일 정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청석에서 고성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6일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을 상대로 연 국정감사장에는 세월호 선원 3명과 진도VTS센터장, 해경 123정 정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경황이 없었다..." 반복한 해경 123 정장

김 정장은 이날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인물이었다.

먼저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선내로 진입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김 정장은 "배가 50도 이상 기운데다 조류가 심해 구조대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안 의원이 "망치로 창문만 깨줬어도 더 많은 승객을 구했을 것"이라고 따져 묻자 "저희 123정은 출동했을 때, 당시로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을 땐 "경황이 없었다"고 답했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김 정장을 질책했다. 신 의원은 "배가 50도 이상 기울어져 진입이 어려웠다는 답변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퇴선 명령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김 정장은 "경황이 없었다, 너무 바빠 생각을 못했다"는 답을 반복했다.


이에 신 의원이 "어려움이 있었다는 건 알겠지만 최소한 정장으로서, 구조현장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있었다면 퇴선명령은 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면 그건 책임 회피를 위한 안일한 답변"이라고 쏘아붙였다. 그제야 김 정장은 "제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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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세월호 유족의 눈물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해경 소속 123경비정 김경일 정장이 "배에서 구조 요청한 사람은 다 구조했다"며 "임무를 다했다"고 말하자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김 정장을 상대로 질의를 이어갈 때 방청석에서 또 한 번 고함이 들렸다.

이 의원이 "목포 해경으로부터 탈출 명령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왜 이행하지 않았나"고 묻자, 김 정장은 또다시 "경황이 없었다"는 답을 반복했다. 이에 이 의원이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상부 기관장의 작전지시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나", "방송만 하면 될 일이었다, 방송하는 데 뭐 그리 힘이 드느냐"고 크게 질책하자, 김 정장은 "그 부분을 놓친 거 같다"고 답했다. 방청석에 앉은 한 유가족은 "말이 되느냐, 배 안에 300명이 있는데"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족들, 선원 따라가며 "우리 아이들 어쩔거냐"  

이날 함께 증인으로 선 세월호 선원에게도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것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주로 세월호 1등 항해사 강아무개가 그 대상이었다. 카키색 수의를 입고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던 강 항해사는 "탈출 당시 배 안에 갇힌 수많은 승객은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해경이 빨리 타라고 해서 (그 말에) 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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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등항해사 "죄송합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아무개 세월호 1등항해사가 얼굴을 감싸 쥐고 있다. ⓒ 이희훈


현재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강 항해사는 제주VTS와 교신 여부를 두고 답을 번복해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고 발생 후 탈출할 때까지 배를 복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고 묻자 강 항해사는 "제주 VTS에 사고가 났다고 알렸다"고 답했다가, 이후에 "제가 VTS 교신은 하지 않았다"고 번복해 질타를 받았다.

또한 사고 발행 후 이준석 선장과 조타실에 함께 있으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답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승남 의원은 "이준석 선장이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에 대비하라고 1등 항해사에게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강 항해사는 "저는 선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어 김 의원이 "갑판 위로 올라가서 대기하라는 말만 했어도..."라며 안타까움을 표하자, 강 항해사는 "선장님의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말에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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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선원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준 진도 VTS센터장과 세월호 선원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등 항해사 김아무개도 지탄의 대상이었다. 유성엽 새정치민주엽합 의원이 "이준석 선장은 해경 123정이 도착하면 퇴선 명령을 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왜 방송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김 항해사는 "배가 기울어 방송실로 갈 수 없어 무전기로 사무장(사망-기자주)에게 교신했지만 송신만 되고 수신이 안됐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용기를 내서 방송실로 갔어야 했는데 많이 후회가 된다"고 사과했다.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은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지시한 김 항해사에게 "선실에서 나올 때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은 생각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김 항해사가 "해경정들이 구조하는 줄 알았다"고 답하자 "해경은 선내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구조를 하냐"며 질책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 맨 끝줄에 앉은 유가족은 질의 중간중간 눈물을 쏟기도 했다. 또한 쉬는 시간동안 같은 층에 마련된 대기실로 이동하는 선원을 따라가며 "우리 아이들 어쩔거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세월호 #국정감사 #유가족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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