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청다리도요를 통해 본 금강하구의 생명력

호주 가기 전 들르는 중간 기착지... 개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등록 2014.10.18 15:27수정 2014.10.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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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에는 많은 새들이 찾아온다. 봄·가을이면 수만 마리의 도요가 찾아와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겨울이면 오리와 기러기 무리가 장관을 이룬다. 대한민국에서 명실상부한 철새도래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철새도래지의 명성에 부합하는 보전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아무튼 아직까지는 갯벌과 금강과 주변 농경지에 많은 새들이 찾아와 머물다 이동한다.


금강을 찾아오는 수만 마리의 새들이 먹는 양도 만만치 않다. 철새들의 먹이가 되는 갯지렁이, 조개 등의 저서생물과 칠개, 농개, 수초와 풀뿌리 등의 다양한 먹이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새들에게는 즉시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장거리 이동을 위한 에너지가 보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천km에서 만km 이상 비행을 하는 철새들에게 충분한 먹이섭취는 이동에 필수조건이다. 특히 도요새는 호주(약 6000km)까지 바다를 비행한다. 먹이섭취를 통한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이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에너지가 부족한 채 비행한다면 바다를 건너다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금강하구 같은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표적 철새인 도요새들이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것 역시 이런 채식을 위해서다. 그만큼 먹이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시베리아에서 호주등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새들이 장거리이동 중 잠시 머무르며 채식과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채우는 경유지)로서의 역할을 금강하구가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먹이들이 다량으로 서식하기 때문에 많은 철새들이 중간기착지로 금강하구를 택하는 것이다.

철새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의 다양성이 높고,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양한 철새 도래는 금강하구의 생태건강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개발이 되면서 서식처가 훼손되어 개체수와 종수가 줄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있다. 또한,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기수역(담수와 염수가 교차하는 지역)이 감소하면서 다양한 철새들의 서식처가 훼손된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금강은 보전할 이유와 생태계보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얼마전 나는 부상당한 청다리도요를 보면서 금강하구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지난 15일 금강하구에서 부상당한 청다리도요를 만났다. 염증인지 유전인지 알 수 없지만 한발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금강하구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철새들에게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하는 금강하구

a 부상당한 청다리도요 부당당한채 먹이를 찾고 있다.

부상당한 청다리도요 부당당한채 먹이를 찾고 있다. ⓒ 이경호


a 함께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부당당한 청다리도요 인근에서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함께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부당당한 청다리도요 인근에서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 이경호


전국에 흔하게 도래하는 청다리도요라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부상당한 채 걷는 형태를 보고 자세히 관찰을 시작했다. 다른 청다리도요와 같은 지역에서 부상당한 다리를 끌고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먹이를 잡고 채식을 하는 데 큰 불편함 없이 지내는 모습이 놀라웠다. 부상당한 기간과 형태를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두 시간 동안 관찰하는 내내 먹이사냥에 여러 번 성공하면서 에너지를 충분히 채울 수 있어 보였다. 인근의 청다리도요와 먹이 경쟁을 하지는 않았다. 


부상당한 청다리도요는 조금씩 비행을 통해 이동하면서, 채식하고 휴식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적당한 먹이섭취를 통해 무사히 에너지를 보충한다면, 호주까지 이동할 수 있을 듯 한 희망을 갖게 했다.

물론 청다리도요가 이동에 실패하고 번식에 실패하여 죽음을 맞을 수 있을 가능성은 온전한 새들보다 높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금강하구에서 머무는 동안만큼은 다른 새들과 견주어도 불편한 것 없이 머물고 있었다. 금강하구 갯벌의 먹이가 부족했다면, 아마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부상당한 청다리도요의 편안해보이는 사냥모습은 금강에서 만큼은 안정적인 휴식과 채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갇게 했다.

하지만 희망만을 말하기에 금강하구는 늘 불안하다. 강에서 공급되는 수만 종의 쓰레기와 군산과 장항을 잇는 거대한 다리공사 등의 서식처 훼손은 새들에게는 불편한 위협일 뿐이다. 이제 이런 개발의 위협에서 금강하구를 지켜야 할 때가 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금강에서 활동하는 철새들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부상당한 채 먹이를 찾고 있는 청다리도요의 일생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청다리도요 #금강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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