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친구 볼 수 있어... 살아갈 날이 원망스럽다"

[세월호 선원 공판 - 피해자 진술⑥] 단원고 생존학생의 편지

등록 2014.10.22 08:51수정 2014.10.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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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에선 유족과 생존자 등 16명이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란 걸 알려준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몇몇 발언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편집자말]
a '미안하다' 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7월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피켓을 들고 사과와 응원을 하고 있다.

'미안하다' 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7월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피켓을 들고 사과와 응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단원고 2학년 A라고 합니다.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합니다. 정당한 처벌로 세상과 법, 어른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한 글입니다.

전 탈출 당시 친구와 잠수해 나오기로 하고 복도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친구 손을 놓쳐버렸습니다. 아직까지 그 일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복도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공포, 친구의 비명, 그 모든 것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친구 생각에 힘든 날은 가위에 눌리기도 합니다. 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숨 쉬기도 힘듭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거리를 걸을 때, 공부할 때, 친구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 한 명, 한 명 모두. 말투, 생김새, 다 기억이 생생한데 80년, 90년 뒤에, 죽어야 친구들을 볼 수 있으니 살아갈 날이 원망스럽습니다. 여름방학 때 여행도 가고, 결혼식 축가도 불러주고, 50대 아줌마가 되면 해외에도 같이 가고, 늙어서 할머니가 되면 비슷한 시기에 생을 마감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으로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망쳐졌습니다.

제게 친구들은 제 전부였습니다.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180명이 구조되어서 체육관으로 오고 있다는 말을 못 들었다면, 단언컨대 바다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선원들이 행동했던 것과 반대로 (친구들에게) 탈출하라고 했으면 됐으니까요.

제발 아이들이 어른들을 미워하지 않게 정당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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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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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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