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방안, 세월호 참사 교훈 못 담았다

[성명] 현장대응조직 위축되고, 공직윤리기구 강화 방안도 없어

등록 2014.10.23 18:02수정 2014.10.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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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안규백, 여야 정부조직법 TF 첫 회의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정부조직법TF 첫 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밝혔던 정부조직 개편방안대로 정부조직을 개편할 것인지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의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심사숙고를 거쳐 나온 방안, 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나온 방안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기구를 재편함에 있어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와 여당이 임의로 정한 '10월 말'이라는 시한을 빌미로 졸속처리해서는 안 된다. 졸속처리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우선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소방방재 및 해양안전 기능 등을 맡도록 했지만, 정작 현장대응조직의 신속한 대응능력 그리고 현장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해경 역시 현장대응조직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해경의 무능력한 대응과 구조작전 역량부족문제가 조직개편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부방안대로라면 현장대응조직인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의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재난대응뿐만 아니라 재난정책까지 담당하는 기구가 총리 소속의 '처'라면, 소방방재와 해양안전 분야를 담당하는 현장대응조직은 별도의 '외청'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현재의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이 그나마 유지하는 전문성과 책임성마저 약화될지 모른다. 이들은 국가안전처 내의 본부조직으로 위상이 낮아진다. 정책조직과 현장조직이 한 울타리에 들어올 경우 정책관리기능이 상위를 차지해 현장대응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된 역할 못할 것

여기에 덧붙여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안전처가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긴급한 위기관리 상황 하에서는 전 국가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조정, 동원되어야 한다. 이를 행정의 각 부도 아닌 '처'가 수행하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리한 발상이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 7개나 존재한다. 여기에 추가로 국가안전처까지 설치하자는 얘기이다. 국무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기형적 권력구조 하에서 과연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의 부재이다. 이번 정부안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국가안전처는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 국가안전처는 긴급한 위기상황 시 컨트롤타워로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보수집, 자원동원 역할을 해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안전의 개념을 전통적인 군사안보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여 재난분야를 포함한 국가위기상황에 대응토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정부는 안전행정부가 수행하던 공무원 인사기능을 총리실 산하에 신설하는 '인사혁신처'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기능만 따로 떼놓은 조직이 효과적인지 매우 의문이다.

조직관리기능과 인사관리기능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분리되는 것보다 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난 참여정부의 경우, 인사기능은 중앙인사위원회가, 조직관리기능은 행정자치부가 맡았었다. 당시에도 조직관리기능과 인사기능을 중앙인사위원회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인사의 공정성을 강조하던 중앙인사위원회가 폐지되며 조직관리와 인사기능은 행정안전부로 통합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어렵게 통합되어 있었던 조직관리기능과 인사기능을 다시 분리하겠다고 한다. 두 기능을 분리하는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인사혁신처만 신설하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 당초 박 대통령은 인사혁신처에 인사기능과 더불어 조직관리 기능을 이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별 설명도 없이 인사기능만 이관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체계적 진단도 미흡하였을 뿐만 아니라, 개편의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인사기능을 안전행정부에서 분리한다면, 조직기능도 함께 분리해서 인사-조직의 일원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세월호 문제에서 드러났던 공무원 인사의 난맥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의제 행정조직인 중앙인사위원회를 복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공직윤리문제 드러났지만, 공직윤리기구 강화방안도 없어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는 공직윤리를 담당할 기구를 정상화 또는 강화하는 방안이 빠져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공직사회 문제는 퇴직 후 이해충돌이 있는 기관에 공직자들이 무분별하게 취업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공직윤리 부분에 대한 체계적 관리감독이 실패했다는 점 역시 제기됐다. 그런데 공직윤리 관리기능은 퇴직 후 취업제한 여부를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정부공직자윤리위를 담당하면서 공직자윤리법을 관장하는 안전행정부, 그리고 부패방지법에 따라 공직부패예방과 규제를 총괄하는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로 제각각 분산됐다. 이는 공직윤리 업무가 중요하여 여러 기관이 복수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공직윤리의 중요성과 효율적 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부처 간 할거주의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공직윤리 담당 정부기구에 대한 개선책이 전혀 없다.

여러 곳에 나누어져있어 효율적이지도 않고, 독립성과 전문성도 취약한 공직윤리 관리체계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직윤리관리 기능은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하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맡고 있는 행정심판과 국민고충처리 기능은 타 기관으로 넘기고 부패방지와 공직윤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참여연대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세월호 #정부조직법 #국가안전처 #공직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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