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멍때리기 대회에 출전한 이유, 알랑가몰라

제1회 멍때리기 대회 3위 수상... 내 속의 울림에 집중하는 멍때림

등록 2014.10.28 15:30수정 2014.10.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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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나를 가르치던 교사들은 수업 중 곧잘 내 시선 처리를 문제삼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그들은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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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대회 3위 수상 상장. ⓒ 강드림


내가 학습받고 있는 것이 과연 나라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는 고민 말이다. 개인의 성찰없이 행해지는 일방적인 학습은 꽤나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 모든 내연기관에는 '냉각수'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방적인 전진만이 능사가 아님은 하다못해 기계에도 통한다.


또한 그것은 나를 대하는 그 교사들에 대한 하나의 복수이기도 하다. 그들의 비좁은 세계관은 나를 생활지도부 속 '주의력 없는 소년'으로 만들었지만, 실은 그러한 '멍 때리기'가 지금에 와서 한 인간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들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현재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음악치료사라는 직함을 갖고 그 누구보다 충만한 삶을 누리고 있다. 내 또래 친구들이 겪는 취업이나 진로에 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은 내가 그들보다 앞서 나갔다는 방증이라기보다는 그들보다 먼저 내 스스로를 바라보는 훈련을 행해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 대신 내 마음을 향하는, 내 속에서의 울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을 위한 좋은 수단이 바로 멍때리기다. 멍때리기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행하는 고도의 자기철학적 행위다. 이것은 끝없이 비움으로써 모든 것을 품에 안는다는 노장사상과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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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 번호를 달고 멍때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 강드림


모든 시신경과 근육의 경직을 풀고 천천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음미하는 고도의 심미안을 필요로 하는 안식행위이자 치유행위로서 마땅히 권장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며, 일이 끝나면 더 일을 잘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강요받는다.

멍때리기는 결코 나태한 낭비행위가 아니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거쳐야하는 에너지집중 행위다. 개인적으로 지난 27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에서 3위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내가 멍때리고 있는 사진은 각종 인터넷뉴스에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다. 수상의 기쁨보다는 이런 행사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이 나는 더 즐거웠다.


이 행사는 전형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행사이고, 어쩌면 일상의 작은 축제라 할 수도 있다. 늘 거창하고, 엄숙한 대회에 익숙해진 이 서열주의 한국인들에게 멍 때리기란 대회 자체가 가져다주는 묘한 편안한 느낌이 있다. '저런 건 나도 하겠네' 같은 마음, 매우 좋다. 3위 수상자로서 여러분들의 도전을 언제나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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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참가자 기념샷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내어 나온 사람들. ⓒ 강드림


#강드림 #서울광장 #멍때리기대회 #전기호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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