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부터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실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학생회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우리 학교 등교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다. 1분이라도 늦으면 교문의 생활지도부 교사들로부터 벌점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동주는 매일 빠르면 7시 전후, 늦어도 7시 20분 이전에는 학교에 도착한다. 그의 집이 있는 구로 디지털단지 근처에서 이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오전 6시 정도에는 출발해야 한다. 중학생 동생도 언제나 이 시간에 형과 함께 집을 나선다.
우리 학교엔 올해 기숙사가 생겼지만, 동주는 기숙사 대신 이런 생활을 택했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동주는 기숙사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규칙에 얽매이기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집에서 아침을 못 먹는 대신, 학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같은 것을 사오기도 하지만, 1교시 마치고 학교 매점에 들러 뭔가를 사 먹을 때가 많다. 아침을 거른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단연 '컵밥'이다. 1분 1초가 아깝다는 노량진의 고시생들이 컵밥으로 식사를 때운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컵밥 최대 고객에서 중고등 학생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1교시가 끝나면 매점으로 뛰어가 컵밥을 사 먹는다. 줄을 선 학생들도 많고 시간도 모자라니 손에 컵밥을 들고 먹으면서 교실로 뛰어오거나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간혹 다 못 먹어서 교실까지 들고 오는 학생들도 있다. 계단에서, 복도에서 컵밥을 들고 먹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야단칠 수도 없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구인지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무겁다. 누가, 무엇이, 우리 학생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학생들에게 '아침이 있는 삶'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