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사채보다 더 무섭다

전체 대출의 89%가 연 25~35% 고금리... 시민단체 "서민금융 이름 달고 기만적"

등록 2014.11.05 21:18수정 2014.11.0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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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국내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트라인대부가 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상호를 바꿔 출범시킨 웰컴저축은행.

지난 5월 국내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트라인대부가 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상호를 바꿔 출범시킨 웰컴저축은행. ⓒ 웰컴저축은행


"휴대폰 본인확인으로 날쌔게 대출가능합니다"
"저축은행인데 벌써요?"

현재 케이블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웰컴저축은행 광고 한 장면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5월 국내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트라인대부가 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상호를 바꿔 출범시킨 저축은행이다.

이 같은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이 '은행'임을 강조하는 광고를 하면서도 여전히 대부업 수준의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이들은 서민금융을 위해 15~20%대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금융당국에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연 3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지역 저축은행의 대출이율별 이용자 분포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OK, OK2, 웰컴, 웰컴서일, 친애 등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5곳의 전체 대출 2만7424건 중 89%(2만4460건)가 연 25∼35%의 고금리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 10∼15%대 대출은 전체의 7%(1882건), 10% 미만 저금리 대출은 3%(769건)에 불과했다.

저축은행별로는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 등을 운영하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지난 7월 인수한 OK저축은행이 전체 대출의 91%(1만2114건)를 연 25∼30%에 빌려줬다. 또 웰컴저축은행은 96%(8612건)가 연 25∼30%대 대출이었다. 일본계 대부업체 J트러스트 계열의 친애저축은행은 연 30% 이상 대출이 620건이나 집계됐다.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등을 운영하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지난 7월 인수한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등을 운영하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지난 7월 인수한 OK저축은행 ⓒ OK저축은행


또 인수 이후 저축은행의 수신업무(예금과 부금·적금 등)는 줄어든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OK저축은행 인수 후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신규대출액은 2300억 원으로 인수 전보다 142배 증가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신규대출액이 15배 늘어났다.

특히 이들은 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로 케이블 TV 광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대부업의 이미지를 벗고 제도권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광고 심의를 하지만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친애, 웰컴, OK저축은행 광고는 지난 9월 한 달에만 2만145회 방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러시앤캐시의 OK저축은행 광고가 1만1107회, 웰컴저축은행이 9019회를 기록했다.


시민단체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대출 금리 담합 의혹도"

한편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이 사채업자냐"며 고금리 대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당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제도권 금융기관"이라며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을 불러 엄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저축은행들은 의원들의 지적에 눈치보기를 하면서도 오히려 "금리혜택을 받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금리가 예전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동조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5년간 자산 대부업 자산 약 2조2000억 원(계열사 포함)의 40%인 8800억 원가량을 줄이라는 당국의 지침을 성실하게 따르고 있다"며 "현재 대부업 때 취급한 34~39%의 고금리 채권을 29%대로 낮춰 저축은행으로 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금리가 5~10%포인트까지 떨어져 혜택을 보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답했다.

 일본계 금융그룹인 제이트러스트가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친애저축은행 광고.

일본계 금융그룹인 제이트러스트가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친애저축은행 광고. ⓒ 친애저축은행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한 관계자는 "금리는 자율화되어 있으니 감독원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신용등급에 따라서 차등 금리를 적용하도록 해당 저축은행들에게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33%임을 감안하면 현재 29%대의 금리가 높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이 저축은행 이미지만 이용해 고금리 대부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계연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으로 기존 은행권에선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에 가기 전 이용하는 곳"이라며 "그러나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이 대부업 때 받던 고금리를 여전히 받으면서 서민금융의 이름을 쓰는 것은 기만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이들 저축은행의 90%에 가까운 고객들이 25~35%의 대출금리에 몰려 있어 이들 저축은행들의 금리 담합 의혹이 든다"며 "고금리가 가진 기본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이들이 광고 등을 통해 영업을 확장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러시앤캐시 #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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