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현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정책국장.
철폐연대
- 10여년 전 일을 다시 새삼 떠올리려니,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심정으론 못할 것 같다(그래도 진짜 그 상황이 오면 하겠지만).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바른 일을 했다는 걸 추억으로 논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인 것 같다. 그러나 10여년 전이나 다름없는 사회 구조에는 환멸을 느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 당시 어떤 일을 했는지 등 상황을 좀 듣고 싶다. "1995년 10월에 입사했다. 당시 SK에는 전국에 물류센터가 있었는데,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저장소였다. 나는 서울 물류센터에서 설비관리 일을 했다. SK 정규직과 혼재되어서 똑같은 일을 했다. SK 관리자로부터 업무를 지시 받았으며, 근태 또한 SK 관리자가 통제했다. 그런데 처우가 매우 달랐다. 2000년 50여명의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3일 만에 대부분이 탈퇴하고 4명이 남았다."
- 어떻게 SK를 상대로 싸울 마음을 먹게 된 건가."SK인사이트코리아에서 근무할 당시 임금 및 근로조건이 SK정규직과 많이 차이가 났다. 1997년11월 정도부터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했다. 정규직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근로조건이 다른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관리자에게 말을 하면 돌아오는 말은 '소속이 틀리다, 인사이트에 얘기를 해라' 였다. 일은 원청 관리자가 시키고 다른 부분은 소속 회사에 말하라는 게 부당하다고 느꼈다."
- 힘들었을 텐데..."싸우면서 어려웠던 건 인사이트 소속 노동자들이 전국 물류센터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 소통이 힘들었다. 또 재벌그룹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부담도 물론 있었다."
-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계약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시 해고자 4인에게는 (계약직 신규채용을)제시조차 안 했다. 설사 제시를 했다 하더라도 파견법에 의거하여 우리는 당연히 정규직이라 생각했기에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 최종 대법원 선고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고 들었다. 꽤 긴 시간인데, 이 기간 동안 어땠나. "대법원 판결까지는 3년이 넘게 걸렸고, 고등법원에서 승소하고 34개월 만에 노사가 합의를 하여 복직을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제일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도 옳은 일을 하고 있었기에 가족들의 정신적인 지원을 어느 정도는 받고 있었다. 그러나 금전적인 부분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가장이니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때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말을 해준다고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복직 이후 정규직 전환 사례 또 있어... 불법고용시 처벌 강화해야"- 회사에 돌아간 뒤가 궁금하다. 다른 압박 같은 건 없었는지..."2000년 10월 말일에 해고되어 2003년 8월에 복직했다. 그후 2005년부터 2010년 5월까지 노동조합 상집간부로 활동했고, 복직 이후에도 회사로부터의 감시와 호봉 누락 등을 감수하며 매사에 항상 조심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 과거 SK주식회사가 그간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으로 분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나?"같은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복직한 이후 오히려 본사 사옥에서 시설관리 하던 노동자 20여명 정도가 2005년 정도에 문제제기 하기 시작해서 몇 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 정규직 쟁취 투쟁의 효시적인 판결로 평가받는 SK-인사이트코리아 사건 뒤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안타깝다. 정부의 문제다. 법을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명확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정도의 처벌 말이다. 또한 고용에 있어 회사가 편법이나 불법을 자행한 게 밝혀지면 무조건 강제로 원청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하는 강제조항도 필요하다고 본다."
- 법원에서 판결은 났지만,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들 것이다. 10여년 전 그때도 그랬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이 바른 길이라 생각했고 우리 자식들 그리고 후손들은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게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도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모두가 힘들 거다.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떳떳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당신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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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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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월만의 복직... 그때 심정 말로는 표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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