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녀사냥>의 신동엽.방송인 신동엽은 적절한 수위의 섹드립으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호감을 얻는다.
정민경
'남자라면?' 묻는 건 사회적 맥락 무시한 지적 하지만 '남자가 이 발언을 했다면 가만 두었겠느냐'는 논리는 사회적 맥락를 보지 않은 지적이다. 남성과 여성의 발언을 차이 없이 100% 같은 선상에 두기란 어렵다. 말의 사회적 의미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 쉽게, 흑인에게 '까맣다'는 것과 백인에게 '까맣다'고 하는 것, 장애인에게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장애인에게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남성도 수많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해왔다는 사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경우와 비교하면 희박하다. 통계청(2010)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피해(여성 35.6%, 남성. 8%), 밤늦은 귀가 및 택시탑승 시 범죄율(여성 68%, 남성 19.7%),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여성 62.2%, 남성 17.3%) 등 일상생활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성관련 범죄피해 사례가 높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지 않은 여성은 희박할 정도다. 이러한 사회적 토대를 고려할 때, 여성을 향한 성적 발언은 남성을 향한 것보다 더 쉽게 모욕이나 폭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남성이 여성을 향한 성희롱에 분노하는 것만큼 여성의 남성을 향한 성희롱에도 분노함이 맞다. 하지만 수용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고, 공적인 맥락이 있었다는 점에서 당사자를 대신해 정의로운 누군가가 분노를 터뜨려야만 하는 악질의 성희롱은 아니다.
그렇기에 곽정은씨가 장기하씨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두 번째 수용자,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필요할 수 있다. 곽정은씨가 그의 블로그에 장기하와의 이후 관계를 설명한 후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치기보다,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에게 '내 발언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들에게는 사과한다' 정도의 문장을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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