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존도를 낮추고 '현대화된 가난'에 저항하라

[서평]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등록 2014.11.07 14:40수정 2014.11.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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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표지 ⓒ 느린걸음

우리 사회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길러진 사람들은 어떤 행동과 사고로 이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요새 한국 사회는 창조 혹은 창조경제에 관한 말을 많이 쏟아낸다. 지금까지 경제나 사회는 모방이었다면 이제 우리가 살아갈 길은 창조에 있음을 재삼 강조한다. 다른 길은 없는가, 다른 방법은?

이렇게 한 쪽에서 이야기하면 또 그쪽으로 몰려갔다가 다시 다른 길이 생기면 이전의 길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시하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그런 것 말고.


이반 일리치는 책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새로운 시각을 원한다. 이전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내용이지만 우리 사회에 문제 되고 있는 것들을 되짚어보는 데 유용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하니까 그렇다. 그의 생각이나 철학을 그대로 옮겨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으며,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람이 무시되고 소비만이 제일 것처럼 형성되는 우리 사회 구조는 이러한 길로만 간다면 희망은 정말 말 그대로 희망으로 그칠 것이다.

이전의 산업구조가 제품 생산과 소비 위주로 진행되면서 부와 가난의 균형은 깨졌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돈은 벌지만 그만큼 살만한 것들은 줄었다.

이반 일리치는 우리가 상품과 소비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 인간 삶의 가치는 무너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풍요 속 빈곤, 현대화된 가난이다. 전문가 혹은 전문 기업이라는 이름하에 개인적이고 주체적인 생산활동은 무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구조는 자급 활동을 무력화한다.

저자는 분배구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우리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고 이를 비판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제대로 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반 일리치의 주장은 상품 소비를 줄여나가라고 조언한다. 자립형 인간으로서의 삶을 추구해나가는 것은 하나의 답이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또 있다. '전문가'라는 것이다. 사회적 활동을 규제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시대는 다음과 같이 기억될 가능성이 더 높다. 모든 세대가 삶을 빈곤하게 만드는 풍요를 광적으로 쫓느라 자유를 모두 양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정치를 역사상 최초로 복지 수령자의 불만을 조직하는 것으로 바꾼 다음에는 전문가 전체주의로 덮어버린 시대였다고."(본문 56쪽 중에서)

지금 우리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곳곳에서 우리는 전문가와 마주한다. 그럼 나머지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가치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는 전문가 홍수 시대에 살면서 스스로 우리를 갇혀 놓고 있지는 않은 건지 되돌아볼 일이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이라는 뉴스 멘트를 들으면 어떤가. 신뢰가 가는가?

살아가면 우리는 이러한 제도와 규범 속에 갇혀 지내며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일을 하는 방식을 놓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버렸다. 반문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저녁 있는 삶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은 어디서나 감옥에 갇힌 수인이다. 시간을 빼앗는 자동차에 갇히고,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에 잡혀 있고, 병을 만드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다. 사람은 기업과 전문가가 만든 상품에 어느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기 안에 있던 잠재력이 파괴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파괴된다. 상품은 어느 한계 안에서만 인간이 만들고 직접 해왔던 것을 대신할 수 있다.

오직 이 범위 안에서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만족스럽게 대신할 수 있다. 이 한계선을 지나 상품 생산이 증가하면 소비자에게 필요를 끼워 넣는 전문가에만 이익이 되고, 소비자는 조금 더 부자가 된 것 같지만 마음은 늘 현혹되고 충동적으로 된다.

단순히 채우는 필요가 아니라 만족감을 주는 필요는 한 사람이 스스로 행동하고 그 과정을 회상하면서 생겨나는 즐거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상품에는 한계선이 있어서 그걸 초과하여 늘어나면 소비자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빼앗게 된다."(본문 85쪽 중에서)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우리 스스로를 강제하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 것이 앞이고 뒤인지를 모르고 살아간다. 삶의 여유라는 것들을 생각하며 그것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우리는 만들어갈 수 있다.

물건을 소비하는 것과 생산하는 것 사이에서 좀 더 능동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으며,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우리는 누리며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왜 그것이 안되는 것일까. 우리는 저항의 힘을 잊어버렸다. 저항하지 않는다.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의 처방은 늘고 인간의 자신감은 줄어들었다. 현대 의학은 그 어느 시대보다 약리학적으로 효과가 뛰어난 약을 쏟아냈지만, 사람들은 가벼운 병이나 불편함조차 이겨낼 의지와 능력을 잃었다."(본문 71쪽 중에서)

무언가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는 걸까. 작은 책 한 권으로 쓸모 있는 삶을 찾아가는 걸음을 내디뎌본다.
덧붙이는 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은이) | 허택 (옮긴이) | 느린걸음 |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느린걸음, 2014


#사회 #이반 일리치 #소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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