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머리맡에 화약고 짊어지고 살라고요?"

장수군 화약공장 건립 논란... 주민들 격렬 반대

등록 2014.11.09 16:55수정 2014.11.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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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약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플랭카드를 걸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화약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플랭카드를 걸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 조계환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 위험천만한 화약공장이라니!'

가을 걷이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21일 전북 장수군 계북면 백암마을 주민들은 청천병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마을에서 600m 떨어진 땅에 화약공장이 들어서려 한다는 소식이였다.

이미 한달 전인 9월 22일 전북도경찰청에서는 마을 주민도 모르게 화약제조 허가를 내주었다.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었고 현장 조사시 공식적인 통보도 받지 못했다. 경찰에서는 40일동안 11번이나 현장에 나와 조사를 했다는데 마을 주민들은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 이제 장수군청에서 산림전용, 농지전용, 건설, 건축 등의 공장 건립 관련 허가가 남은 상황이다.

a  화약공장을 건립하려는 부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이다.

화약공장을 건립하려는 부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이다. ⓒ 조계환


장수군 계북면에 화약 제조 허가가 난 지난 9월 22일 중국 후난성에서는 화약을 사용하지도 않는 장난감 폭죽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서 12명이 죽고 33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있었다. 백암마을에 들어서려는 공장은 화약을 사용하는 불꽃놀이용 폭죽을 만드는 시설이다.

업체 측에서는 손바닥만한 폭죽을 만드는 것이라며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창고에는 폭죽 하나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손바닥만한 폭죽이라도 창고 가득 쌓여 있으면 창고만한 폭발물이다.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올해 여수와 경주에서 화약 관련 사고가 있었다. 주민들은 화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해가 있는 각종 중금속이 발생해 인근 지역 공기와 물이 오염될까 염려하고 있다.

화약공장 건립 소식에 지난 10월 25일 장수군 계북면 농민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이장단협의회 등 모든 단체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약공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대표 박송근, 김종근, 한규진)을 조직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지역구 박민수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도의원, 군의원, 경찰, 공무원들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박민수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의 집단 민원을 변호해본 경험이 많은데 지역 주민들이 똘똘뭉쳐 반대하면 위험시설을 막을 수 있다"며 "고향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분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 장수군청 공무원들은 서류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허가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송근 공동대책위원장(백암마을 이장)은 "지역주민들의 안전과 생존권 보다 위에 있는 법은 없다"면서 "장수군청 공무원들이 불구경 하듯 업체의 입장만 대변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무슨 일 있어도 화약공장 막을 것"


a  장수군청 앞에서 화약공장 인근 주민 300여명이 모여 ‘화약공장 반대’를 외쳤다.

장수군청 앞에서 화약공장 인근 주민 300여명이 모여 ‘화약공장 반대’를 외쳤다. ⓒ 조계환


급기야 장수군 계북면 주민들은 플랭카드를 제작하여 게시하고 서명운동을 시작, 집단 행동에 나섰다. 계북면 역사 이래 첫 주민 집회가 10월 29일 장수군청 앞에서 펼쳐졌다. 총 인구 1600명이 사는 지역에서 300여 명이 모였다. 걷기조차 힘든 노인분들이 참석하여 대대손손 농사짓고 살아온 땅을 지키겠다며 주먹을 불끈쥐었다.

한규진 공동대책위원장(계북면 이장협의회 회장)은 "저희 계북면 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화약공장을 막을 것입니다, 똘똘뭉쳐 화약공장을 막아냅시다, 그래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혐오시설, 위험시설, 환경오염 시설이 계북면에 못 들어오도록 본때를 보여줍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생전 처음 집회에 참석한 할머니들이 함께 싸우면 이기지 않겠냐며 웃고 있다.

생전 처음 집회에 참석한 할머니들이 함께 싸우면 이기지 않겠냐며 웃고 있다. ⓒ 조계환


장수군청에서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주민들은 이번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1월7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이 직접 장수군청을 방문하여 경찰, 장수군 담당자, 군의원, 도의원, 대책위원회 대표단들의 입장을 들었다.

박송근 공동대책위원장은 "백암마을은 지난 50년간 광산 피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중금속 오염 및 폭파 소음으로 각종 질병과 청각장애에 걸리게 된 한 많은 마을인데, 다시 또 이런 화약공장이 들어선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냐"며 "장수군청에서 군민들의 생존권을 위하여 공장건립 불허 결정을 내릴 것"을 당부했다.

이날 장수군청 담당 실과장들은 서류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수정 보완 요청을 했지만, 이후에 하자가 없다면 공장 건립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근 대책위원장(계북면주민자치위원장)은 "화약공장이 들어와 농사를 못 짓게 되면 더이상 귀농하는 사람도 없을테고, 모두 고향땅을 떠나야 한다, 장수군청에서 만약 이 공장을 허가한다면 지역 주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약공장 건립이 취소될때까지 끝까지 결사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조계환씨는 장수군 계북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화약공장 #화약공장 반대 #농민 생존권 #장수군 #계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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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골 푸른밥상' 농부. 유기농으로 제철꾸러미 농사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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