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교육감들... 누리과정 공조 '흔들흔들'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며 '압박'... 강원·경기·전북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불가"

등록 2014.11.10 15:38수정 2014.11.10 18:23
1
원고료로 응원
 지난 6일 오후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 모습.
지난 6일 오후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 모습. 교육감협

"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를 해줬기 때문에 우리도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

"'제주 결의'(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불가)를 지켜야 한다는 분도 있었다. 원칙 훼손 상황인데도 저희가 충정에서 의견을 모았다." -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시도교육감협의회장

지난 6일 오후 10시 40분 대전시교육청. 시도교육감협의회를 마친 이 단체 임원들은 기존 방침을 바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3개월분을 편성하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도 국고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고 부탁하면서 "교육감들이 서로 합의했기 때문에 교육청의 공조가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뒤통수 맞은 뒤 교육감들 공조 체제도 '흔들'

하지만 이 발표 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당·정·청에 뒤통수를 잇달아 맞았다. 그 여파로 교육감 사이의 공조체제도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누리과정은 무상급식과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 의무사항"이라면서 "반드시 (지방)교육재정에서 예산이 편성, 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수석은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었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의무조항이 아닌 무상급식에 많은 재원을 쏟아 붓고, 누리사업에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시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을 축소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사실상 압력을 넣은 것이다.


앞서 지난 7일에도 당·정·청은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당·정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누리과정은 시도교육감에게 당연히 편성 의무가 있는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이처럼 시도교육감들의 '성의'가 무시되자 시도교육감협의회 공조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6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앞서 4개 시도 보수교육감과 2개 시도 진보교육감이 (정부에) '백기투항'에 동조 모습을 보인 것은 '원칙 없는 행동'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진보교육감은 다른 교육감들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2∼3개월 누리과정 예산 편성' 수용을 적극 설득했다고 3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한 채 국회 예산심의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교육감들이 백기를 들었으니 뒤통수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정과 달리 10일 현재 전북과 경기교육청에 이어 강원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거부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나머지 14개 시도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교육부 '국고 밀약설' 부인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6일 합의는 미봉책이며 혼란을 2∼3개월 연장하는 방안일 뿐이어서 애초부터 반대 입장이었다"면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보편복지에 대한 신뢰와 불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감 공약인 무상급식은 교육감이 책임져야 하고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은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북교육청도 지난 7일 성명에서 "우리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합의한 바 없다"면서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전북교육청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10일 교육부는 '황우여 장관 등이 지난 6일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 이전에 일부 시도교육감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의 밀약설 보도와 관련, 이를 공식 부인했다.

교육부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교육부장관은 국고 예산 지원을 이야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시도교육감을 흔들리게 한 '국고보조 내부 제안설'까지 교육부가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