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버틴 2000일, 공정하게만 판결해 달라"

쌍용차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선고 앞두고 기자회견

등록 2014.11.11 15:05수정 2014.11.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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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 동안의 싸움 끝까지 하겠습니다"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파업2000일 호소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지회 수석 부지회장 복기성씨가 발언을 마치고 돌아서며 울먹이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1심을 깨고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한 순간의 기쁨도 잠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다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법원을 향해 읍소했다. "공정하고 현명하게만 판결해달라"고.

2009년 5월 21일 정리해고를 거부하고 파업을 선언한 지 2000일이 된 11일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은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지난 4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매일 2000번씩 손 모아 무릎 꿇어 절하며 공정한 판결을 기원하고 있기에 차분하게 기다리는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김득중 지부장은 "파업을 함께한 20대 중반 조합원은 30대 초중반이 됐고, 30대 중반의 조합원은 40대가 됐다"며 "해고 뒤 거리에서 지낸 6년은 고통과 패배, 좌절의 시간이었지만 한번도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지난 2000일을 회고했다.

김 지부장은 "사법부는 이미 우리에게 47억 원 손해배상(회사에 33억 원, 경찰에 13억7000만 원)을 하라고 판결했고 보험사가 노조에 110억 원 구상권을 청구하는 재판이 진행된다"며 "여전히 자본권력의 횡포는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승리한다는 걸 전국에 있는 벼랑 끝에 몰린 다른 노동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대법원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 윤충렬 정비지회 부지회장은 "2000일이라는 고통의 나날들을 견뎌낸 건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느 언론에선 우리 보고 '그 시간 동안 길거리에 있지 말고 취직을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한다"며 "그러나 너무 억울했다. 우리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윤 부지회장은 "사실 해고무효 소송을 시작하면서도 승소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해고 관련 자료는 회사만 갖고 있고 노동자들에게는 자료가 없었다. 그러나 사측의 회계부정 같은 일을 하나 하나 밝혀냈고 어떻게든 자료를 마련해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며  대법원도 해고를 무효로 판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서영섭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는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대법원 건물에 적힌 자유·평등·정의의 정신에 따라 양심 대로, 권력 눈치 보지 않고 판결해 달라"고 대법원에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법원의 이성적인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2000일 동안 닿지 않던 내일, 꿈꿀 수 있는 내일과 만나고 싶다. 정리해고가 또 어떤 무고한 이들에게 바통을 넘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으로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대법원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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