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포잡맨’ 승호씨, 그렇게 사는 비결?

하루 4가지 직업 소화하는 40대 가장 이승호씨가 사는 법

등록 2014.11.14 16:30수정 2014.11.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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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 '4'라는 숫자 엄청 싫어한다. 지난 13일 만난 이승호씨(방사선사)에겐 적어도 '죽을 4'가 아니라, '살 4'가 아닐까. '하루 4가지 직업, 자녀가 4명, 하루 4시간 취침' 그를 설명하는 '4'는 바로 이것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하루 4가지 직업 소화, 그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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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씨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그가 웃고 있다. 그는 안성농민의원 방사선사이며, 하루에 4가지 직업을 소화해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비결이 뭘까. ⓒ 송상호


그는 아침 7시 기상한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 후를 들어보라. 병원에 출근해서 병원일 끝내고 오후 1시가 되면 승호씨는 어디론가 간다. 그곳은 세탁소다. 1시부터 6시까지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끼니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오후 7시 반부터 새벽 1시까지 그가 하는 일은 바로 대리운전이다. 여기서 끝이라도 놀랄 일인데, 또 있다. 그는 새벽 1시 반부터 새벽 3시까지 우유 배달도 한다.

우유 배달을 마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하루 4시간 정도 잔다. 4가지 직업을 해내는 만큼 놀라운 일이다. 그에겐 짬짬이 자는 것이 생활화가 되었다. 이전에 정보지 신문을 차로 배달할 때는 하루에 1~2시간을 잤다. 하루 100km를 돌아다녔다. 안성의 시골 지역 구석구석부터 평택까지. 그럴 만도 했다. 차를 타고 가다가 타이어가 갑자기 찢어진 적도 두어 번, 졸음운전으로 사고 날 뻔 한 적도 있단다.

승호씨의 이런 살인적인 하루 일과보다 그가 들려준 사연은 더 놀랍게 다가왔다. 그는 94년도에 뇌출혈로 두 번 쓰러졌다. 그 후 병원 생활을 약 6~7개월을 해야 했다. 수술에 들어갈 때, 죽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고, 살아도 온전히 살기는 힘들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를 추억하는 승호씨의 얼굴이 잠시 무거워졌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못 가는 자신을 만나야 했다. 그는 이때 "내가 낫게 된다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그는 병상에서 일어났다. 약간의 후유증만 제외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열심히 사는 게 몸에 배인 그는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했다.


"자식이 두 배니 두 배로 열심히..."

그에게 또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결혼하고 슬하에 4명의 자녀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4명의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 모두는 잘 안다.

"자식을 남들 보다 두 배로 낳았으니, 두배로 열심히 살아야죠. 하하"

그의 말은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해준다. 자녀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아는 그와 아내는 지금껏 4명의 자녀를 잘 키워냈다. 지금은 고1, 중1, 초6, 초5의 4명의 딸(2명)과 아들(2명)이 잘 크고 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아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도 조금 있으면 미국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 땅에선 서민으로 4명의 아이를 잘 키워내기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한 그였다. 더군다나 자녀를 바르게 키우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한국적 교육 현실이 있다. 여기서 잠깐. 이런 이야기를 하노라면, 한국의 힘든 상황을 들춰내는 듯해 씁쓸할 수 있다. 하지만 승호씨와 인터뷰 하는 내내 그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리운전 해서 정말 재밌어요"하고 그가 말을 던졌다. "엥! 뭐라고요"라고 내가 말을 받는다. "나랑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는 게 이유였다. "가끔씩 손님들이 팁도 주니 금상첨화다"라며 그가 한바탕 웃는다. "요즘은 4시간 정도 자니 얼마나 좋은지, 감사가 돼요"라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이 감사하는 습관, 웃는 습관은 물론 그의 신앙 덕분이기도 하지만, '뇌출혈 고난'을 통과하면서 얻은 그의 인생 노하우인 듯 했다. 살아 있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때 충분히 깨달았다는 그였다.

그는 가장이니까 마지못해, 아니 죽지 못해 살인적인 일과를 소화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뇌출혈 고난'을 통과하면서 익힌 인생의 패러다임으로 자기 인생을 주도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찾은 인생의 패러다임은 '긍정적인 인생관', 바로 그것이다. 어떠한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기 인생을 주도하는 삶이다.

그는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요즘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니 자전거 운동을, 대리운전하면 걸어서 목적지를 가야 하기에 걷는 운동을, 병원에 근무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탁구를 한다. 한마디로 그는 건강하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이렇게 강한 에너지를 소화해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와의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 그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인터뷰를 끝내자 옷을 바꿔 입은 그가 세탁소를 향한다.
#포잡 #포잡맨 #40대 가장 #이승호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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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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