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도로 공해지역으로 이전하라?

이상한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개혁 방해 하나"

등록 2014.11.15 16:37수정 2014.11.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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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산 남구 삼산동에 있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지난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전부지가 "공해를 차단하는 녹지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온 후 신임 시장이 이전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왜 이전 않느냐'는 질타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 있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지난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전부지가 "공해를 차단하는 녹지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온 후 신임 시장이 이전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왜 이전 않느냐'는 질타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 박석철


울산광역시의회가 지난 14일 진행한 울산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감사를 하는 시의원이 시가 추진하는 개혁적 정책에 대해 오히려 이를 추궁하며 도로 제자리로 갖다놓을 것을 주문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전임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해 총 사업비는 1571억원이 투입되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울산석유화학공단과 불과 200m 남짓 떨어져 있는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이전을 추진하면서 부지 선정에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신임 김기현 울산시장은 당선 후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실무 담당 공무원 등과 2개월여에 걸친 자유 토론 끝에 지난 9월 24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석유화학공단 인근으로의 이전을 사실화 백지화했고 지역계에서는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열린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의 울산시 경제통상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석주 의원이 울산시가 이전을 백지화 한 것을 문제삼고 나선 것.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공해차단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시의원

지난 14일 열린 울산시의회의 울산시 농수산과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 의혹을 제기한 시의원의 질타에 '이전 타당성'을 항변하던 울산시 담당과장이,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오히려 '이전을 백지화 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항변한 것.

문석주 울산시의원은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를 위한 용역결과 남구 야음 근린공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나왔다"며 "용역결과가 이전으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전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용역예산 낭비"라고 질책했다.


그는 또 "5군데 장소 중에서 야음근린공단으로 부지를 선정했는데, 농수산물에 입주한 5개 법인 중 1곳에서 이전을 반대한다고 흔들면서 이전이 중단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문 의원은 마무리 질의에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투명하게 조속히 사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지만, 전체적인 늬앙스는 사실상 "흔들리지 말고 야음근린공원으로 이전하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이같은 아이러니한 일은 몇 가지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공해차단녹지 이전 논란에 국비 428억 지원 사업 탈락

우선, 지난해 울산시의회에서는 당시 여권 성향의 무소속 안성일 의원이 부지선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은 물론 각지역계에서 이전에 반대하는 반발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전 부지를 재검토한 것을 두고 질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안 의원은 '이전 부지가 울산석유화학공단과 불과 200m 남짓 떨어져 있고, 이 곳이 공단에서 넘어오는 공해와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공해차단 역할을 한다는 점,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공람 공고도 없었던 점, 중차대한 사업임에도 설명회조차 열지 않은 점, 이전지 용역결과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 없이 7개월이 지난 뒤 발표한 점' 등으로 부지선정 과정과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처럼 지난해 울산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이전부지 논란이 불거진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공모사업' 현장실사에서 "도매시장 일부 종사자의 이전 반대에 따른 사전 합의 도출이 필요하고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428억원의 지원 신청을 탈락시켰다. 사실상이전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또한 당시 안성일 의원은 당시 "야음근린공원을 제외하고 4곳의 후보지가 더 있었음에도 이전부지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도매시장 상인은 물론 시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으로 이전 부지를 결정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14일 문석주 의원은 "5군데 중에서 선정됐다"며 이전을 주문했다.

당시 울산시가 각계의 지적에도 아랑곳않고 이전 강행의지를 천명하자 안 의원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전을 강행하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예정 부지 주변에는 몇몇 대지주들이 땅을 매입한 상태"라며  "야산인 이곳에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울산시립도서관이 들어서면 덩달아 땅 값이 오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며 논란이 가중시켰다는 시비거리다.
(관련기사: <공해차단녹지에 농수산물시장 이전 고집, 왜?>

14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석주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서연석 울산시 농축산과장은 "종사자 간담회와 타 시도 견학 등으로 이전 부지 재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400여 억원의 국비지원 탈락으로 이전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장에 있었던 한 공무원은 "시의원의 의외의 질의에 놀랐다"고 말했다.
#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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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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