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자료사진)
한미연합사령부
그런데 연습 기간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연일 김태영(육사 29기)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 군 지휘부에 "도대체 언제 데프콘 1을 선포할 거냐?"며 독촉했던 것. 전쟁 임박 단계를 가정한 '데프콘 2'를 넘어선 본격적인 전면전 상황을 지칭하는 '데프콘 1'은 국가의 최고 비상사태다.
어쩌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문제를 연습의 주도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쥐자, 한국은 미국처럼 경솔하지 않았다. 이에 월터 샤프는 조바심을 냈다. 연습 각본상 벌어진 위기 상황은 이미 남북한 간의 국지적 충돌로 사상자가 230만 명이나 발생한 터였다. 주한미군은 유사시를 대비한 연습에서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 을지연습 기간에 이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해 본토로부터 보충한 인원까지 시스템 운용 인력만 3000명에 달했다.
계속 다그치는 월터 샤프에게 김 의장은 "우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의 위기관리 수단은 없는가? 다른 시나리오는 없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하라"며 숙고를 거듭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주체로서 합참은 군사연습 기간에 자신의 판단과 결심대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려 했다. 군사주권 확립에 한 발짝 더 다가선 한국군은 스스로를 그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런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이라는 생소한 경험은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예비역 장성들과 동맹론자들의 거센 공격의 표적이 된다. 전작권 반대를 외치는 재향군인회, 성우회의 예비역 장성 중 일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합참의 조직개편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합참이 전투 위주의 조직으로 개편되면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고, 그러면 전작권 전환 연기도 어려워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예비역들은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스스로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한국군에게도 집중 포화를 쏘아댔다. 미국이 전쟁을 하려는데 감히 한국군이 자신들의 주도권을 앞세워 이를 방해한다? 국적이 없는 예비역들에게는 한국군의 '불경죄(?)'처럼 보였다. 한반도 역사의 주인으로, 안보의 당사자로 불꽃처럼 일어서려는 한국군 장교단을 예비역들은 저주하고 욕을 해댔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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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쟁하는데 감히..." 국적없는 예비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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