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동체의 느슨한 연대를 꿈꾸다

인천문화재단,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공동체포럼... '이곳에서 함께 사는 법'

등록 2014.11.19 17:47수정 2014.11.19 17:47
0
원고료로 응원
a

인천문화재단, 2014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공동체포럼 책자 표지 ⓒ 이정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있다면, 그것은 착취당하는 한이 있어도 '지금 여기(Here & Now)'에서 만들겠다고 덤벼드는 그 무모함 속에, 그 착취와 대항하며 다시 만들겠다는 그 무모한 용기 속에, 그 용기를 먹고 피어나는 무한한 상상력 속에 있을 것이다"

인문학 연구소인 수유너머n 이진경 연구원(서울과기대 교수)의 거침없는 독설이 이어졌다. 틈도 주지 않을 만큼 내뱉는 그의 말은 청중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증가시켰다. 무모함, 용기, 상상력이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그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예술가들에게 공통감각(Common Sense)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그가 만들고,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바로 상식(Common Sense)이 통하는 감각의 공동체였다.


11월 19일 오전 10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에서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공동체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이곳에 함께 살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지난 수년간 진행됐던 다양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교류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공동체의 불가능성에 대하여(고영택 작가), 마을에 사는 예술가(이진우 작가), 먹고 살기도 함께 살기도 힘든 세상(드라마고 작가), 관계를 통한 삶의 의미 찾기(전희제 작가) 등 12개 문화만들기 프로젝트를 교감했다.

무모한 자들의 공동체를 위하여

먼저 기조 발제를 맡은 이진경 교수는 공동체가 생겨난 역사와 원인, 흐름과 패러다임의 변천사, 현재의 활동 상황과 비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공동체를 욕망한다.(중략) 공동체를 만들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이도 사실은 항상-이미 공동체를 향하여 살고 있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일례로 씨족사회였던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는 많이 개인화되었지만, 부지불식간에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을 공동체에 묶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그는 자본주의와 공동체를 비교 설명하며 산업혁명 이후 빼앗긴 공동체 문화를 언급했다. 그는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공동체를 파괴하고 토지를 빼앗고 살 길 없는 부랑자가 되도록 만드는 사건, 이후 공유지를 기초로 함께 생산하고, 함께 생활하던 공동체는 해체됐다"며 "공동체 없는 세계, 그저 자신의 호구만을 챙기기에도 팍팍한 무정한 세계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그렇게 가족공동체 문화를 자연스레 해체시켰다. 노동자이자 빈자였던 보통 서민들은 공장이라는 울타리로 내쫓긴 반면, 부르주아의 가족들은 '즐거운 곳에서 오라도, 내 갈 곳은 오직 가족뿐'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만의 낙원을 촘촘히 구축했다.

바로 이때부터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자 자본가들은 혁명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분양제도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배타적 공동체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 교수는 "노동자들에게 가족이란 공동체를 책임지도록 만들고, 그 가족에 모든 삶을 걸게 만드는 전략. 이것은 자본가들이 계획한 가족주의 전략이자, 노동자들로 하여금 무정한 세계의 유일한 안식처로써 공동체라는 존자를 순기능의 역기능화로 초래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모한 용기와 무한한 상상력... 공동체의 발현을 위하여

이 교수는 이어 수많은 유무형의 공동체 역사를 재조명했다. 그러며 그는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무모한 혹은 비겁한 자들의 공동체 조직을 투영했다. 일례로 지난 4월에 일어났던 세월호 침몰 비극의 재난전문 블랙기업들이 그러함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와는 달리 재능기부와 예술가들이 펼치는 작은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또 다른 무모한 용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해체하며 시작했지만, 공동체적 관계, 공동체적 행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해체의 힘을 행사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며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런 힘을 슬쩍 우회하여 만들어지기도 하며, 심지어 그런 힘이 작용하는 공장 안에조차 존재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무모한 예술가들의 작은 마을만들기 공동체를 언급한다. 같은 목적을 갖고, 쌍방향 소통을 하며, 함께 꿈꾸는 예술가들과 주민의 교감 공동체 마을 말이다. 그는 "예술가들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무모함, 그것이 공동체를 만들려는 이들과 창조적인 시너지를 작용해 하나로 묶는 삶의 지배양식이 새롭게 출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그는 그러한 예술가들과 주민의 공동체의 양식(good sense), 공통감각(common sense)이 다른 종류의 감각을 창안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체 안에 예술가들이 없다면, 그 바깥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감각이, 그런 감각을 응결하고 있는 예술이라도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라며 "공공성이나 공공예술과 맞닿은 또 다른 창조적인 감각으로 상상의 공동체를 지향해나가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어진 주요 사례로는 야곡문화예술마을, 아차도 섬의노래, 자유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 장봉1리 문화예술마을, 소무의도 그림수필, 우리동네아지트 '끼룩여관', 틈 이야기, 우물 안 가득,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기획 등의 문화마을만들기 사업을 교감했다.
덧붙이는 글 <인천불교신문> 공동 게재
#인천문화재단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인천아트플랫폼 #수유너머N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