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기타마틴 기타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모델로 한정판이다.
안건모
또 없어진 게 있나? 이것저것 살펴봤지만 없는 것 같다. 사무실 가운데 놓여 있는 의자 위에 카메라도 그대로 있다. 독자사업부 금고를 열어 보니 만 원짜리 한 장하고 천원짜리 두 장이 있다. 이것도 건드리진 않은 거 같은데?
도둑이 들어 온 창문을 다시 살펴봤다. 내려앉은 책장 위에 도둑이 밟은 운동화 바닥 무늬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런데 왜 기타 한 대는 못 가져가고 여기에 걸쳐 놨을까? 도둑 것하고 우리 마틴 기타에다가 또 이것도 가져가면 세 대라 무거워서 못 가져갔을까?
주방에 딸려 있는 창고로 가봤다. 웬 헌 기타 케이스가 하나 있다. 헐. 이건 누구 거지? 그 도둑이 두고 간 것이다. 내 기타 케이스에 자기 기타를 넣어 갖고 간 건가, 뭐지? 근데 이걸 왜 여기 창고에다 버려 놓고 갔을까? 이건 아는 놈이 한 짓이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둘레엔 그렇게 도둑질 할 사람이 없다. 일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두 명이 왔다. 사진을 찍고 둘러보고 진술서를 쓰라고 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적었다. 또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아무리 봐도 없다. 컴퓨터 내장 하드는 있는지 경찰이 물어 컴퓨터를 켰다. 아무 이상이 없다. 경찰은 사무적인 태도로 사진 몇 장 찍고 진술서 받고 한마디 했다.
"신고 접수 됐으니까요 담당 형사한테 한 번 전화가 오든 할 겁니다."참, 성의가 없다. 운동화 발바닥 무늬, 창문에 붙어 있는 지문들, 도둑이 버리고 간 기타케이스, 등등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증거들이 있어도 별 관심이 없다. 역시 과학수사는 영화에서만 보는 거로구나. 영화에서 보니까 뭐 돋보기 같은 걸로 바닥을 보고, 밀가루 같은 가루를 뿌려 지문을 찾아내고 하던데 다 뻥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