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녀사냥> 화면 갈무리
JTBC
그러나 어설픈 '연애 바이블'에는 한계가 있다. 한 번이라도 <마녀사냥>을 보았다면, 방송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마녀사냥>이 제시하는 틀 속에 위치시키고 평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일반화의 문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사람들의 성과 연애의 이야기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이러한 다양성을 철저히 무시한다.
성 소수자와 혼전순결주의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으며, 성에 관해 소극적이거나,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은 '지질이'로 느껴지게 한다. 사연이 주어지면 이성애자인 30대 남성 진행자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이 제시한 의견이 옳으며 그 외의 생각은 옳지 않다는 느낌마저 준다. 이 같은 일반화의 오류는 성적 취향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어떤 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특히 홍석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마녀사냥>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사례다. 홍석천은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커밍아웃을 했고 동성애와 이성애를 포함한 성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마녀사냥>에서 홍석천은 동성애자의 관점을 제대로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진행자들은 사연을 보낸 시청자에게 연애 상담사 역할을 한다. MC들은 사연과 비슷한 각자의 경험을 나열하고 공유하며 사연자와 공감하려 애쓰고, 이는 MC들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 쓰는 남자' 허지웅과 '남자들이 재수 없어 하던' 성시경의 부상이 그 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행자들의 발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사연 소개가 늘었고, 사연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치부해 버리는 진행자의 태도에서 '권위주위'가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하 남자친구의 장난과 상처 주는 행동들에 힘들어 하는 사연에 대해 허지웅은 "아가아가"하다며 사연의 문제가 별거 아닌 듯 말했다. 분명 사연을 보낸 사람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을 텐데 말이다.
또한 프로그램은 권력구조에 위치한 강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상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성적 권력 구조에서 강자 입장에 서 있고자 하는 <마녀사냥> 패널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인기만큼 큰 영향력... 책임감 있는 태도로 방송하길 <마녀사냥>은 프로그램의 대담함과 신선함 때문에 첫 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방송 횟수가 늘고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발언은 어느새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고작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무슨 권위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자와 제작진이 부인하든 그렇지 않든 <마녀사냥>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기와 권위는 항상 책임을 수반한다. 시청자들이 <마녀사냥>에게 보낸 신뢰로 쌓인 권위를 무책임한 발언들로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MC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의식을 뚜렷이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특히 성에 대한 농담은 자칫 성희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예컨대 지난 12회에는 여자에게 '색기 있다'고 말하는 남자의 속마음, 그 말을 들은 여자의 속마음은 어떨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허지웅은 '이원생중계'에 연결된 일반시청자에게 농담처럼 불쑥 "색기 있어 보여요"라고 말을 던졌다. 여성은 불쾌하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허지웅은 방송 중 내기에서 져서 이 발언을 했고, 상황이 이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 진행자들이 내기를 걸고 그런 성희롱적 농담을 처음 보는 시청자에게 불쑥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가 아니다. <마녀사냥>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보다 '수위 높은' 발언에 치중하기보다는 보다 세심한 태도로 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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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진행자들, 왜 점점 '꼰대'가 되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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