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전 시험들, 잘 못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엄마는 육아휴직중 18] 이젠 혼내는 엄마를 뛰어넘습니다

등록 2014.12.02 17:40수정 2014.12.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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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정리하는 12월, 연말 각종 모임과 술자리 그리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 어른들처럼 초등학생도 만만치 않게 바쁩니다. 전 초등학생 시절에 12월이 되면 그저 눈 오는 것과 방학만 기다렸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의 방학 앞에는 단원평가, 인증시험, 기말고사등 각종 시험이 장애물처럼 널려 있습니다. 매일 매일 '이것만 지나면 방학이야,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그만둘래?'라고 아이를 살살 달래며 '방학'이라는 고지에 도착하기 위한 장애물을 넘고 있지만 그 시간들이 쉽지는 않습니다.


어제 저녁, 저녁을 먹고 잠시 문제집을 풀라고 시키고 설거지를 하는데 아이가 정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책을 파고들었습니다. 얼마나 잘하나 보려고 어깨너머로 잠시 기웃거렸더니 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 엄마 보면 안 돼요. 보지마요. 집중 안 돼요."
"오, 그래그래. 간만에 제대로 공부하는데 엄마가 방해하면 안 되지."

어째든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이젠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나보다 싶어 기특하게 여기며 설거지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이가 달려와 머리를 묶으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열공! 어디서 봤나 봅니다.
열공!어디서 봤나 봅니다.김춘미

어디서 끈까지 구했는지... 머리띠에 '열공'이라고 적혀 있어,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너!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이거 그린 거야?"


아이는 대답도 안 하고 문제집이 펼쳐져 있던 식탁으로 달려가 큰소리로 웃으며 앉았습니다. 더구나 가관인 것은 이젠 등에 망토까지 걸치고 슈퍼맨이 공부하는 것이라며 동생과 키득댑니다.

공부하는 슈퍼맨 열공머리띠와 망토까지했습니다.
공부하는 슈퍼맨열공머리띠와 망토까지했습니다. 김춘미

아이구, 그럼 그렇지 공부하란다고 쉽사리 공부할 분들이 아닙니다. 아이는 곁에서 혼내는 엄마에게 '혼내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단계를 넘어서, 공부를 놀이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어 '공부하는 슈퍼맨'이라고 불러달라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가 뒤돌아보며 씩 웃어보였습니다. 그런 아이 얼굴을 보고는 아이랑 함께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세를 가다듬어 제대로 문제풀라고 목청 한 번 높였습니다.

12월 중순에 시작되는 방학을 맞이하기 위해 아이가 갈 길은 아직 멉니다. 그냥 풀어두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아이들이라 조금씩 강요하고 혼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웃음으로 풀어내는 아이들이 신기할 뿐입니다.

방학 앞에 놓인 시험들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낸다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저 앞으로 아이가 대면할 수많은 인생의 장애물을 이렇게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시험공부 #슈퍼맨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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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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