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두번 찍어야 한국 오는데, 비자기간 짧다"

중고차 수입업자의 애로사항 들어보니...

등록 2014.12.03 14:46수정 2014.12.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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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고자동차 30만 6970여대(=15억 412만달러)를 수출했다. 이중 약 80%인 24만 5000여대가 인천항을 통해 수출됐다.

주된 수출지역은 이슬람 지역인 북아프리카와 중동이다. 가장 수요가 높은 나라는 리비아와 요르단이다. 리비아는 내전으로 인해 국내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세계 3대 산유국에 속하는 나라로써 중고차 수요가 높다. 요르단은 중립국이라, 한국 중고차를 수입해 인접한 중동 국가에 판다.

인천에는 인천 경인항 북단 경인아라 오토단지, 인천 북항 인근 율도단지와 엠파크, 송도유원지 등에 중고차단지가 조성돼있는데, 이곳들에서 아랍계 바이어와 중개상인 7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사인천>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비아의 하이삼씨와 오므란씨, 요르단의 아나스씨, 우즈베키스탄의 나샤흘러씨 등 중고차 수입업자를 만나, 한국 중고차 수요가 높은 이유와 향후 전망, 인천에서 일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을 들어봤다.<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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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중고차 바이어 사진 왼쪽부터 버텍스쉬핑 이용국 사장, 영진공사 박정환 부장, 시사인천 김갑봉 기자, 리비아 하이삼, 리비아 오므란, 우즈베키스탄 나샤흘러. ⓒ 김갑봉


리비아서 한국 오려면, 이스탄불에 두 번 가야해

2013년 리비아가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자동차는 13만대인데, 이중 리비아 두룹(DOROUP)의 하이삼 사장이 수입한 게 9만 5000대이고, 다른 회사가 약 3만 5000대를 수입했다.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하이삼 사장은 5만 7000여대를 수입했고, 다른 업체가 1만 8000대를 수입했다. 리비아 업체들의 올해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그 이유에 대해 하이삼 사장은 비자 발급 과정의 어려움과 고비용이라고 했으며, 또 짧은 비자기간으로 인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일할 기회가 적다고 했다.


하이삼 사장은 "한국에 바이어가 들어와야 하는데 항공료가 굉장히 비싸다. 또 비자기간이 짧다.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튀니지로 이전했다. 한국 비자를 받으려면 튀니지로 가서 발급받는데, 이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뱅가지에 있는 바이어가 한국에 가려면, 우선 뱅가지에서 미스라타까지 800킬로미터를 운전하고, 튀니지 직항로가 없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로 간다.

이스탄불에서 이틀 머물고 다시 한국대사관이 있는 튀니지로 간다. 튀니지 도착했을 때 금요일이면 휴일이다. 그러면 거기에 머무르다 월요일에 비자를 신청한다. 비자가 빨리나오면, 목요일이다. 그러면 다시 이스탄불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한 사람당 약 400만 원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에 와 머물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이 비자기간이 끝나면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다시 리비아로 가야한다.

이 같은 어려움이 있어도 이들은 한국을 다시 찾는다. 현지에서 한국 자동차 인기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한국 차가 유럽 차에 비해 성능 면에서 밀리지 않고,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게다가 부품 조달과 정비가 더 용이해 시장에서 훨씬 잘 팔린다.

리비아 수입업자 오므란씨 또한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올 수 없다. 리비아 바이어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무조건 귀국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3개월로 제한된 비자 유효기간을 5~6개월로 연장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인천에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중고차와 부품을 살 수 있다. 그러면 서로 '윈-윈(승-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발급조건 강화해서라도 비자기간 연장해줬으면"

리비아 바이어는 한국 중고차를 수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비즈니스 비자의 발급요건이 까다로워 거의 모든 바이어(95%)가 여행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온다. 그것도 이스탄불을 두 번이나 경유해야 올 수 있다.

이에 인천시는 중고차 수출산업이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하이삼 사장의 의견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자기간이 연장되려면 두 나라 정부가 허가해야 한다.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몽고의 경우, 한국대사관에 한화 1000만 원을 담보로 낸 후 한국에 올 수 있다. 귀국하면 1000만 원을 돌려준다.

중고차수출업체인 버텍스의 이용국 사장은 "한국에 있는 법인사업자가 입국하는 사람의 신원을 보증하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문제 발생 시 신원을 보증한 법인에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단, 개인사업자가 보증을 설 수 있게 하면 '비자 장사'로 이어질 수 있어, 그것은 배제해야한다. 법인사업자의 경우도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국 사장은 리비아 비자문제의 구체적 대안으로 '비자기간 연장 시 해당 수입업자의 자격조건을 강화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국내(한국) 은행 송금액을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한국에 10회 이상 방문하고 ▲복수(3~5개)의 수출업체가 신원을 보증하고 ▲연간 50만불이상 한국 중고차를 수입하는(한국 수출업체 판매계약서 또는 B/L로 확인 가능) 바이어에게 비자기간을 연장해주자고 제시했다.

이용국 사장은 "현재 외국인은 송금실적 10만 달러, 임대차계약서, 법인사업자등록증, 거주지확인서 등 서류 아홉 가지를 제출해야 외국인등록증(ID카드)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조건을 갖춘 바이어에 한해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간소화하면 수출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위 조건에 부합하는 바이어의 체류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것을 정부가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항 바로 옆에 중고차단지 있으면 좋겠다"

한국 중고차를 수입하는 이슬람 상인들은 인천항 바로 옆에 중고차단지가 조성되길 바랐다.

요르단 수입업자 아나스씨는 "2001년에 율도 북항 배후부지에 있다가, 2004년에 인천 연안항 근처로 이전했고, 2005년에 송도유원지로 옮겼다. 모든 사람이 옮겨 다녀야하니 힘들다. 중고차단지가 한 곳에 오래 있어야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어들이 한눈에 구매 물량을 파악하기 좋고, 또 구매해 보관이 용이하고, 선적 시 바로 항만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인천항에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를 조성해주면 좋겠다. 중고차단지 조성으로 수출이 더 활성화되면 그만큼 한국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또 한국에 일자리도 생긴다. 타이어·배터리 등 각종 부속품이 같이 수출되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수입업자 오므란씨는 "한국과 리비아 사이에 국제운전면허 협정이 안 돼 있다. 국제운전면허가 허용되면 그 만큼 비지니스가 활발해질수 있는데 아쉽다. 게다가 리비아 바이어들이 몰래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큰 문제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리비아가 현재 내전 중이고 무정부상태라 이 또한 한국 정부가 형편을 봐주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업체들도 그런 특성을 알고 있지만, 늘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한국인 정말 친절하다 정말로 감사드린다"

하이삼 사장은 한국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게 정말 좋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은 정말 친절하다.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한·리비아 중고차 수출시장을 확대하자고 했다. 하이삼 사장은 한국에 무역회사를 세울만한 재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인천에 법인사업자를 설립하면, 현재 인천에 있는 수백개에 달하는 소규모 한국 수출업체가 망할 수 있다. 두룹은 한국에서 화주역할만 하겠다. 한국 수출업체도 같이 살아야한다. 그래서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한국 수출업체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수출업체는 나한테 차를 팔면 이익이 생긴다. 즉, 내가 한국에 수출업체까지 설립하면 내 이익은 커지고, 한국수출업체는 힘들어진다.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은 한국 수출업체가 먹고, 나는 수입한 차를 리비아에서 팔아 이익을 챙기면 된다. 이게 나의 상도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지역에서 한국 차를 수입해 팔고 있는 이들은, 아랍사람들이 한국 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리비아 오므란씨는 "리비아에 차량 말고도 차량용품, 옷 등 한국산 제품이 수입되면서 한국이 많이 알려졌다. 특히 리비아는 한국 건설사들이 일을 잘해 한국에 호감을 가졌다"며 "리비아 사람들이 한국을, 한국 사람들을 좋아한다. 외국인에게 정말 친절하다 음식도 돼지고기 빼곤 다 좋아한다(웃음) "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고차수출 #리비아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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