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소속 민중가요 동아리 ‘민아리’ 회원들. 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김 회장.
김영숙
김 회장은 고등학교 때 학내 독서토론모임을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을 알았고 방학 때 그들과 교류했다. '계절학기'란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중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가 있었는데, '단결투쟁가'라는 노래를 고등학생 입장에서 바꿔 부른 가사가 지금도 기억난다고 했다.
"'동 트는 새벽 밝아오면 보충수업 또 받네. 잠 못 잔 두 눈 비비고 뜨면 오늘도 학교로 향한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우리의 얘기를 노래로 불러 참 재밌었던 거 같아요. 원곡도 들어봤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었어요. 삶의 현장은 다르지만 치열함은 같다고 느꼈어요."덧붙여, 결정적으로 민중가요의 힘을 느낀 경험을 들려줬다.
"고교 3학년 때, 친구 생일잔치를 했어요. 모인 사람들이 한마디씩 덕담을 하며 노래를 불렀죠. 그 당시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장'이라는 노래가 유행했는데, 제가 잘 부르진 못하고 그냥 덤덤하게 불렀죠. 근데 모인 사람들이 모두 울먹거리는 거예요. 생일을 맞은 친구도 울고 노래 부르는 저도 울컥했어요. 아, 이게 노래구나. 민중가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소름이 끼쳤어요."대학에 입학해서도 지연스레 민중가요 노래패에 들어갔다. 졸업 후 취업했지만 노래에 대한 그리움으로 '꽃사람(꽃다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안에 있는 노래 소모임 활동을 하다가 노래가 더 좋아져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노래 부르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꽃다지'에 합류했다. 그러나 가정형편으로 다시 생활전선에 서야했다.
좋은 노래를 나누고 전하는 '민아리' 되고파오는 12월 13일 오후 7시, 시민문화살롱 '바람이 머무는 곳'(인천지하철1호선 간석오거리역 근처)에서 '민아리'의 첫 번째 공연인 송년콘서트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가 열린다.
"'노래의 꿈'이라는 노래를 이번 공연에서 부를 거예요. '민아리' 회원들에게 이 노래를 틀어주면서 노래와 얽힌 사연을 얘기했더니, 언니 한 명이 울더라고요. 노래가 정말 좋다고, 이런 노래가 있었냐고요. 사실이 노래도 오래 전에 나왔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좋은 노래를 사람들한테 소개해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작년 연말에 '민아리' 회원들은 송년회를 했다. 새벽까지 노래 부르며 놀다가 다음 송년회는 송년회라는 이름을 빌어 노래를 부르고 싶고, 듣고 싶은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한 회원의 제안에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이번 송년콘서트를 마련했다.
"정식으로 갖춰진 공연이라기보다는 그냥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만들려고 해요. 민중가요를 아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가슴을 적시는 노래로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는 힘이 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요.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공연에서 실수하더라도 우리가 즐기자고 회원들한테 얘기했어요. 즐거운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콘서트 하는 날 눈이 오면 좋겠어요. 참 예쁠 것 같아요."부르다 보면 자기 모습이 보이는 노래'민아리' 회원들에겐 이번 공연을 준비한 또 다른 사연이 있다. 문화바람에서 함께 하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 중에는 '민아리는 무서운(?)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단다.
"우리도 댄스와 발라드 장르의 노래도 하고,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른바 대중가요도 많이 불러요. 그런데 '민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으로 제대로 우리의 노래를 봐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들에게 '민아리'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의미도 있어요."'민중가요'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시사인천> 독자들에게 해줄 한마디를 청했다.
"사랑으로 울고 웃을 때는 그런 내용의 노래가 와 닿듯이, 고단한 삶을 겪으며 언덕 길을 터벅터벅 올라가면서 부르고 싶은 노래도 있잖아요. 그런 내용의 가사가 있는 게 민중가요인데 사람들은 투쟁가요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노래를 접하다보면 가사에서 자기 모습이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민중가요는 감정을 소모하는 노래는 아닙니다. 힘들 때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서 한바탕 펑펑 울고 나면 힘이 생기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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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노래하고 자기를 성찰하는 노래세계에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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