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은 2013년 2월 있었던 청문회 당시 모습.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노아무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관부 장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수첩을 꺼낸 뒤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진행한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 유 전 장관은 5일자 <조선일보>에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라고 확인해 주었다(관련기사 :
대통령이 일선 공무원 콕 짚어 "나쁜 사람").
"자신 있으면 허위사실 공표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유 전 장관은 <조선일보>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못하는 것이겠지"라며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9월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났다. 결국 유 전 장관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음을 증언한 것이다. 이 과정에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정씨는 자신의 딸(정유연)에게 승마를 권유하고, 강원도에 말목장 조성을 계획했을 정도로 승마에 집착해 왔다.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지난해 6월 ▲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 판정시비 ▲ 정윤회씨 딸 국가대표 선발전 특혜시비 등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조사한 인사들이다. 하지만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결과는 청와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 전 장관은 "조사 결과, 정윤회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다"라며 "그런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 들어주고 자신까지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근거없는 루머"... 청와대는 사실 여부 확인 회피청와대는 이날도 사실여부 확인을 회피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인사 개입 논란와 관련해서는 어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김종덕 장관은 전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인사 개입설은 근거없는 루머다"라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을) 부인하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종덕 장관 말 참고해 달라"라며 "인사는 장관의 책임하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사실 여부 확인을 묻는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는 "김종덕 장관이 밝힌 것으로 이해해 달라"라고 거듭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