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원 생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기운 내세요"

병원 중환자실 이효순 할머니... 지역 인사들, 위로 방문하기도

등록 2014.12.05 14:57수정 2014.12.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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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효순(90) 할머니. 지금 창원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이다. 숨 쉬고 먹는 게 자연스럽지 않아 호스를 코와 목에 연결해 놓고 있었다. 코로 연결된 호스로 숨을 쉬고, 목을 뚫어 연결한 호스로 미음을 먹는다.

5일 오전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와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이정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등이 이 할머니를 찾았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손이라도 잡아드리고자 방문한 것이다.

 창원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효순(90) 할머니는 숨쉬고 먹는 것이 쉽지 않아 코와 목에 호스를 연결해 놓고 있다.
창원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효순(90) 할머니는 숨쉬고 먹는 것이 쉽지 않아 코와 목에 호스를 연결해 놓고 있다.윤성효

할머니는 줄곧 누워 지내다 마침 기력을 조금 회복해 앉아 있었다. 이 할머니는 다행히 의식은 있어 사람을 알아보았고, 이경희 대표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인사하자 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말을 못했다. 할머니 여동생(79)은 "보름 전부터 말을 못한다"며 "의식은 있어 사람은 알아보고, 그동안 못 일어났는데 오늘은 기운이 조금 나는지 앉아 있다"고 말했다. 하 의장과 이 최고위원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기운 내십시오"라는 인사말만 전할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 여동생은 하루 두 번만 허용되는 면회시간에 찾아와 언니의 얼굴을 본다. 중환자실 밖에서 만난 여동생은 "우리는 네 자매로 태어났고 지금은 언니하고 둘만 남았다"며 "이전에도 지난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령에서 태어난 이효순 할머니는 17살이던 1941년 고향을 떠나 이른바 '처녀 공출'을 당했다. '꽃다운 나이'에 할머니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끼로 갔다가 곧바로 대만으로 가서 1년 가량 지냈고,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위안소 생활을 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효순(90) 할머니가 창원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데, 5일 오전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가 찾아와 건강 상태를 살피며 말을 건네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효순(90) 할머니가 창원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데, 5일 오전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가 찾아와 건강 상태를 살피며 말을 건네고 있다.윤성효

일본인이 운영하는 베트남의 한 식당에서 잠시 일했던 할머니는 나이 21살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국 땅을 밟았지만,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부산과 마산에 이어 서울에서 지냈다.


할머니는 여동생이 살고 있는 창원으로 2007년 거처를 옮겼다. 할머니는 2009년 건강이 나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마창진시민모임 주선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줄곧 병원 생활을 해왔다.

이경희 대표는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많지 않고 다들 연로하시다"며 "이효순 할머니는 그나마 기억력도 있기도 하고, 지역에서는 상징적인 분이다, 건강하게 살아서 평생 소원인 일본의 사과를 받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 한국정부에 등록한 생존자는 55명(해외거주자 5명 포함)이고, 경남에는 8명이 거주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이효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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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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