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화면. 보이는 맵은 '소환사의 협곡'이다.
라이엇 게임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보통 남학생이라면 '게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할 만큼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게임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준다면 어떨까.
거의 모든 게임에는 레벨(Level)과 랭크(Rank) 시스템이 존재한다. 게임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등을 알아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게임에서 뺄 수 없는 재미의 한 요소이다. 하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이 요소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게임의 등급으로 플레이어들을 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랭킹인 티어가 대표적인 예시다.
'티어'는 게임의 결과에 따라 플레이어에 일정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학교의 내신 등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실력이 비슷한 플레이어끼리 게임을 하게 하여 어느 한 팀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좀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학교에서는 '성적', 게임에서는 '등급'으로 줄 세우기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플레이어 사이의 티어의 높고 낮음이 마치 카스트제도의 계급처럼 변해가고 있다.
"브론즈는 사람도 아니다.""브론즈는 왜 사는 거냐?" 금·은·동의 동을 뜻하는 '브론즈(Bronze)'는 낮은 등급의 티어를 뜻한다. 여러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리꾼들은 이런 표현을 아주 자연스럽게 쓴다. 그에 반해 최상위티어인 '챌린저(Challenger)'는 마치 플레이어 사이에서 신처럼 여겨진다. 물론 게임을 하면서 점점 올라가는 티어에서 오는 성취감은 게임을 더 즐겁게 만드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계급화에는 문제가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 티어를 가지고 마치 왕따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티어가 낮은 학생들은 또래 사이에서 소외되고 티어가 높은 학생들은 자기들만의 그룹을 형성한다. 자신보다 티어가 낮은 학생들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그런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임에서마저 줄을 세우고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게임을 할 이유가 무엇인가? 랭킹이 높은 플레이어는 랭킹이 낮은 플레이어에게 나름의 비법을 전수하고 게임의 정보들을 공유하는게 이상적인 모습 아닐까. 랭킹이 낮은 플레이어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게임의 더 큰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랭킹시스템의 진면목 아닐까.
게임의 레벨이나 랭크시스템은 게임에 재미를 주기 위한 제도이지 스트레스를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레벨과 랭크에 신경 쓰지 않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 원래 게임을 하는 목적이 아닐까?
적어도 게임에서는 등급으로 차별하거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다 함께 즐기는 게이머로 좋은 게임을 공유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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