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소리 안 들리는 굿판, 이런 곳도 있네요

이정숙의 맞이굿 판, 신령들이 모두 감응하셨소

등록 2014.12.08 15:39수정 2014.12.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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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적상 이정숙의 맞이굿에 차려진 진적상. 상은 3곳에 차려졌다 ⓒ 하주성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때가 있겠느냐? 세상살이가 다 어렵지만 내가 도와주마. 세상살이가 어려울 때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오전 일찍부터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274에 소재한 김성겸(남, 61)의 집에서는 덩덕쿵 소리가 들린다. 이 집 대문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 부천지부'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정숙(56)은 경기안택굿보존회장인 고성주에게 내림굿을 받은 '신딸'이다. 내림을 주관한 무격은 '신아버지' 혹은 '신엄마'로 호칭이 되며, 이들의 관계는 영적으로 맺어진 부녀지간으로 오히려 친부녀지간보다 더 돈독하다.

이날 이정숙의 집에서 열린 굿은 '맞이굿'이다. 맞이굿이란 신을 모시고 있는 기자(祈者)들이 자신이 섬기는 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양부리들의 안녕을 위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올리는 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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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 신령을 모셔놓은 전안에도 제물이 가득 차려졌다 ⓒ 하주성


가득 차려진 제물들과 많은 기자들

넓지 않은 집안이다. 단독주택인 이 집 안에는 온갖 재물들이 차려졌다. 맞이굿을 할 때는 진적상을 차리고 천궁맞이상을 따로 차린다. 천궁맞이는 밖에서 신령들을 청해 들이는 상이지만, 이날은 집안에 상을 차렸다. 그러다 보니 넓지 않은 집안이 온통 상에 차려놓은 제물로 가득하다.

당주인 이정숙과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을 비롯해 제자들까지 8명이나 되는 무격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굿판에 모이기란 특별한 행사나 굿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경기안택굿보존회 회원들을 늘 이렇게 모여서 굿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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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화 굿을 시작하기 전 이정숙과 남편 김성겸이 촛불을 켜고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좌측에 보이는 상차림이 천궁맞이상이다. ⓒ 하주성


"이렇게 모여서 선생님들이나 신형제들이 굿을 하는 모습을 보고, 상을 차리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굿 속을 배워가는 것이죠. 예전부터 선생님들은 끼고 가르치지를 않아요. 스스로가 보고 느끼면서 터득을 하는 것이죠."

고성주 회장은 굿상을 봐가면서 이야기했다. 과거 많은 만신들이 제자들을 끼고 가르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지금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만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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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정숙이 천궁맞이에서 대신을 놀고 있다 ⓒ 하주성


13시간에 건친 맞이굿, 정말 장엄하다

오전 9시에 상을 다 차린 다음, 이정숙의 맞이굿이 시작이 되었다. 처음에 이정숙이 모든 신령들을 맞아들이는 천궁맞이로 시작해, 조상들을 천도 시키는 지노귀까지 다 마친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13시간이 걸린 셈이다. 요즈음 굿이 보편적으로 7~8시간, 짧게는 5~6시간에 그치는 것을 생각하면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이 굿을 할 때 수양부리나 굿을 부탁한 제가집에게 상당히 강압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강압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 기자가 아닌 몸에 실린 신령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안택굿보존회 사람들은 그렇게 강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신령이 왜 사람들에게 욕을 하느냐는 것이 이들이 반문이다. 이들의 굿판에 들어가면 누구나 흥겨운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 많이 힘들지. 요즈음은 누구나 다 힘들 때지. 하지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한 번 돌아봐. 혹 나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야. 조금 힘이 들어도 참고 노력을 하면 나아질 거야. 걱정마라. 내가 도와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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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 천궁맞이에서 대감굿을 하고 있는 이정숙. 이정숙은 경기안택굿보존회 부천지부장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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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귀굿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이 죽은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위한 지노귀굿을 하고 있다 ⓒ 하주성


'입살이 보살'이라는 속담이 있다. 남을 계속 험담을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을 험담하는 말을 조심해 왔다. 거기다가 신령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이 남에게 좋지 않은 계속 말을 한다면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기에 굿판에서 기자들은 제가집에게 쉴 새 없이 도와준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잘 될 것이라고 염려하지 말란다.

그런 말 중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고 한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혹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이 내 탓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말. 굿판에서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결국 나 스스로의 노력을 다한 후에야 신령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맞이굿 #이정숙 #경기안택굿보존회 #입살이 보살 #부천 도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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