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파업, 노조간부 고소로 대립 격화

노사 협상에도 방만경영·제3병원 의견 차 커...시민사회도 논의기구 요구

등록 2014.12.09 12:00수정 2014.1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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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북대병원 조합원들이 간호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7일 오전 병원 로비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대병원 조합원들이 간호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7일 오전 병원 로비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경북대학교병원 노조의 파업이 13일째로 접어들면서 장기화되는 가운데 병원 측이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5명을 포함한 7명을 경찰에 고소해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북대병원노조는 지난달 27일 파업에 돌입한 뒤에도 병원 측과 계속해서 임단협에 대한 협상을 벌여 간호인력 충원과 임금 1.7% 인상안에는 의견접근을 보였지만 방만경영 개선과 제3병원 건립 문제에 대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사는 파업 12일차인 8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조는 근로조건 개악없는 임금인상과 제3병원 건립에 대해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만경영 개선'에 대해 병원 측은 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부로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퇴직수당과 학자금 및 보육수당, 장기근속 포상, 주택자금 이자지원, 산재보상 외 보수차액 보전, 하계휴가, 보건 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경조사비 예산지원, 청원휴가 축소, 통상임금 기준시간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병원 측은 전체 공공기관 중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38개 공공기관이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되었고 부산대병원도 대부분 방만경영 개선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또 방만경영 개선을 이행하지 못할시에는 기관장 해임 건의와 임금동결, 정원동결, 정부출연금 동결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열심히 일만 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0~30년 동안 부족한 인력 때문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못 먹으며 일을 했지만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전남대병원은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선 조건 없는 임금협약을 체결했고 기재부의 요구사항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지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방만경영 개선 추진해야"... 노조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 전가"


a  경북대병원노조가 임금인상과 제3병원 건립을 반대하며 1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원 벽에 노조와 병원측이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자보를 붙였다.

경북대병원노조가 임금인상과 제3병원 건립을 반대하며 1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원 벽에 노조와 병원측이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자보를 붙였다. ⓒ 조정훈


제3병원 건립에 대한 입장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조가 지칭하는 제3병원에 대해 병원 측은 경북대학교 발전계획에 따라 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이 옮겨가기 때문에 허가받을 당시 임상실습동으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교육부가 승인했기 때문에 이미 진행중인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제3병원 건립은 부족한 치료시설로 인해 대구경북권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40만 명의 환자를 유치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지역 경제력의 역외 유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칠곡 제3병원이 개원할 경우 삼덕동 본원은 현재 955병상에서 340병상으로 줄어 2차 병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칠곡 병원의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병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칠곡 제2병원의 병상가동률은 80%를 겨우 넘고 있으며 3년 연속 평균 131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제3병원의 사업비에 대해서도 병원 측은 장비비를 제외하고 최종 사업비는 2041억 원으로 노조 측이 주장하는 3100억 원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비 695억 원을 제외하면 병원 자부담은 1346억 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병원 측의 해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장비비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병원의 부담은 1800억 원 이상으로 높아지고 이중 1655억 원의 부채를 추가로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미 913억 원짜리 제2병원 건립을 위해 810억 원을 빌렸지만 그마저 갚지 못해 수차례 연기되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병원의 무리한 몸집불리기 보다 공공병원으로서 근본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제3병원 건립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병원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15일 토목공사와 문화재조사를 시작할 예정으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 측, 노조간부 등 경찰에 고소... 노조 "교섭 진정성 의심"

이런 와중에 병원 측이 노조간부 5명을 포함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간부 2명 등 모두 7명을 경찰에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3일 병원 측이 병원장의 교섭거부 및 일방적인 정책시행에 대한 항의와 정상적인 파업 돌입 과정을 무단점거 및 침입, 폭력, 업무방해 등으로 중부경찰서에 고소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노조와 교섭에 임하면서 뒤로는 노조를 고소했다는 것은 병원 측이 노조와의 교섭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병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 관계자는 원칙적인 대응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염헌규 대외협력실장은 "환자진료에 방해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불법적인 부분은 노사가 서로 없어야 하고 지금 현재로서는 원칙대로 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병상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9일 현재 병상가동률은 50% 정도로 떨어졌으며 수술도 응급환자나 암 환자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로비의 외래환자 접수창고는 물론 임시로 만든 접수창고와 진료실 앞은 환자들로 북적되면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a  경북대병원노조가 1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병원 곳곳에 노조의 입장을 설명하고 환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자보를 붙였다.

경북대병원노조가 1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병원 곳곳에 노조의 입장을 설명하고 환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자보를 붙였다. ⓒ 조정훈


한편 경북대병원 파업의 쟁점이 되고 있는 제3병원 건립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건립을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협의해야 한다고 나서 지역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7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병원 측이 제3병원을 건립할 경우 경북대병원 본원은 340병상 규모로 줄어 상급종합병원은 커녕 2차병원으로도 효율적 운영이 힘든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북대병원이 밝힌 계획은 병상규모를 키워 외형을 키우는 것이지 결코 대구시민의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지역응급의료체계의 정점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북대병원이 단순히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3병원 건립을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경북대병원 노동자와 지역민이 함께 논의의 틀을 만들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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