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은 생명권, 여수시 점자블럭 엉망입니다

세계 장애인의 날, 여수시 대중교통 현황 살펴봐

등록 2014.12.10 17:57수정 2014.12.10 18: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점자블럭 여수시에서 시각장애인이 집밖을 나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목숨 내놓는 모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여수시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블럭을 따라 걸으면 부상을 입게끔 만들어진 곳이 많습니다. 가로등에 부딪치고 쏜살같이 달리는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합니다. ⓒ 황주찬


지난 12월 3일은 UN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의 재활과 복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권리와 보조 수단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념일입니다.


여수시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은 어떨까요?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아름다운 여수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여수시에서 시각장애인이 거리를 걷기 위해서는 '부상'을 각오하거나 심하게는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이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오후 4시 40분경 주철현 여수시장이 페이스 북에 시내버스 탄 소감을 밝힌 글이 올라왔습니다. 주 시장은 페이스 북 글에 '시민회관 행사에 참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오는 길이다. 버스에서 시민들과 대화하고 애로사항도 들어 보았다'고 적었습니다.

민생을 열심히 챙기는 여수시장에게 찬물 끼얹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님께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던 곳은 엉망인 여수시 도로 행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입니다. '버스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며 애로사항을 듣는 일', 참 좋은 모습인데 장애인들과 시민들은 여수시장에게 더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a

방치된 점자블럭 여수시 보행자 도로에는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이 거의 없습니다. ⓒ 황주찬


a

끊어진 점자블럭 점자블럭 두개가 이가 빠진 듯 없습니다. 방치된 점자블럭은 이곳에 요긴한 믈건입니다. ⓒ 황주찬


시각장애인, 점자블럭 따라 걸으면 크게 다칩니다

여수시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2014년 12월 기준으로 2098명입니다. 10일 오후, 시에서 장애인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말을 들으니 "여수시 시각장애인 중에서 절반 이상이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은 듯 하다"고 말합니다. 이들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집밖을 나서기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여수시 보행자 도로에는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선천적 시각장애인들 오직 '평생 익힌 감각'으로 여수시 보행자 도로에 깔린 말도 안 되는 점자블럭을 무시하고 거리를 걷습니다. 이런 현실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물론, 여수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 일부 설치돼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집밖을 나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목숨 내놓는 모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여수시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블럭을 따라 걸으면 부상을 입게끔 만들어진 곳이 많습니다. 가로등에 부딪치고 쏜살같이 달리는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합니다.

현재 열심히 공사하고 있는 여수의 신도심, 웅천택지개발지역 보행자도로에 만들어진 점자블럭도 엉망이니 다른 지역을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구촌의 축제였던 여수세계박람회장 주변 보행자 도로도 엉망이긴 매한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여수는 '관광도시'라는 말에는 일부분 동의하지만 '복지도시'라는 소리 듣기는 멀었습니다.

a

지저분한 안내판 여수시 시외버스정류장 건너편 버스 승강장에 설치된 안내판인데 지저분합니다. '관광여수'라는 말이 어색합니다. ⓒ 황주찬


a

버스정보시스템 시장님 버스 탔던 승강장, 버스 오는 시간은 맞던가요? 시민들은 차가 오는 방향 반대편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 오는 방향을 확인하며 버스를 탑니다. ⓒ 황주찬


박 의원, "시민들은 버스정보시스템 안 본다... 차 오는 방향 본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이 제159회 정례회 시정 질의에서 밝힌 내용, 참고할 만합니다. 박 의원은 시정 질의에서 "여수종합버스터미널 앞 승강장은 잦은 고장으로 화면은 안보이고 소리만 난다"며 "시민들은 차가 오는 방향 반대편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 오는 방향을 확인하며 버스를 탄다"고 말했습니다.

또, "승강장 주변은 지저분할뿐더러 안전에도 취약하다. 또, 여수 엑스포역 승강장에서는 화면에 16분 남았다는 버스가 지나가고 있고 진남관 앞 승강장은 버스 이동차량 현황을 알리는 표시판이 손상되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수시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버스 타기 참 불편합니다.

시민들은 버스 승강장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을 믿지 않습니다. 여수시는 50만 명 이하 도시 중에서 전국 최초로 교통관제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교통관제센터에서 버스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민들은 비싸고 소중한 정보를 믿지 않습니다.

특히, 여수시민들은 인근 도시와 비교해서 버스정보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떨어집니다. 박 의원 말에 의하면 "순천시와 광양시 그리고 창원시의 경우 버스정보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약 79% 이상이 만족하고 있고 20% 이내가 불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여수시는 만족도가 65%이상이 만족하고 있어 타 시도에 비해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관광여수' 뿐 아니라 '복지여수', '안전여수'도 함께 하기를...

여수시는 여수산단과 더불어 관광산업을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민선 6기 시정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여수 행복한 시민'입니다. 여수시민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도시가 안전해야합니다. 또,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쉽고 편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더불어, 장애인들도 마음껏 여수 시내를 활보하고 다녀야 합니다. 여수시정이 '관광여수'만 쫓을 일이 아니라 '복지여수', '안전여수'라는 목표도 함께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일이 여수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고 여수시민들이 보다 더 행복해 지는 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과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세계 장애인의 날 #점자블럭 #버스 승강장 #여수시 #버스정보시스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