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한옥마을, 전통문화체험관 대신 대형 식당 논란

유제홍 시의원 "민간사업자에 과도한 혜택"... 인천경제청 "수익성 위해"

등록 2014.12.10 17:32수정 2014.12.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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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한옥마을 조감도 송도한옥마을은 당초 2014년 아시안게임 이전에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조감도 오른쪽 부근 전통문화체험공간 경원별서 구역을 대형식당으로 변경했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아래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송도 한옥마을 사업'이 당초 계획과 달리 전통문화체험관 자리에 대형 식당을 유치하기로 변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유제홍 의원(새누리당, 부평2)은 이 같은 사업계획 변경에 대해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며 "시민 이용 시설이라는 본래 취지가 완전히 훼손됐고, 외국인투자법인도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는 "2010년 민선5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한 것이고, 그때도 식당 계획이 있었다"며 "우리가 건물을 짓고 임대하는 것보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물을 짓게 하는 게 수익성이 더 좋아 변경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송도 한옥마을 사업은 2010년 7월에 처음 등장했고, 9월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지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인천시는 '민간자본 500억 원을 끌어와 송도 센트럴공원 내 박물관 부지(1만 9418㎡)에 한옥 영빈관·숙박시설·전통음식체험관·전통놀이마당 등을 2014년 아시안게임 전까지 완공하겠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은 2011년에 청라지구 일부 토지를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한옥마을 사업비를 마련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지구 토지 중 개발이 더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부지 13만 5000평을 평당 약 60만 원에 매입했다. 그 뒤 2011년 10월에 신세계와 청라지구 복합쇼핑몰 투자협약을 맺고 토지 5만 평을 평당 200만 원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1000억 원 중 500억 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500억 원을 송도 한옥마을로 받기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인천경제청은 송도 센트럴공원 내 자연녹지 4만 569㎡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했고, 2012년 12월 한옥마을 실시설계를 완료한 다음 신세계 측이 2013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확정한 계획은 크게 경원루(국제관), 경원재(전통 호텔), 경원별서(전통문화체험관)로 구성됐으며, 이중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게 경원별서 구역이다.

인천경제청은 경원별서가 처음부터 식당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인천경제청은 2013년 5월 1일 127차 정책현안 조정회의를 열어 사업제안자의 설명을 듣고 경원별서 사업을 변경하기로 했고, 같은 달 30일 129차 정책현안 조정회의를 열어 외식 매장 3개 동과 공연장 등으로 변경했다.


경원별서 구역에 대형 식당 건축을 제안한 사업자는 ㈜엔타스다. ㈜엔타스는 숯불갈비·한정식·일식 등으로 유명한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다. ㈜엔타스는 2013년 5월에 이 사업을 제안했고, 그 뒤 외국인투자법인 ㈜엔타스에스디를 설립해 올해 1월에 한옥마을 내 외식업체 운영을 위한 수의계약을 인천경제청과 체결했다.

경원별서 임대수익 당초 대비 반 토막

인천경제청은 임대사업 수익성을 우려해 한옥마을 사업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대로 경원별서를 지어 임대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민간자본 유치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한옥마을 사업비는 500억 원이고, 이중 경원별서 조성비는 50억 원이다. 인천경제청은 경원별서 사업을 식당으로 전환하면서 해당 식당을 업체가 짓기로 한 만큼, 절감한 50억 원으로 경원재와 경원루를 더 멋지게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원별서의 경우 콘텐츠 부족으로 임대 위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앞서 한옥마을 인접 부지에 식당 공모사업을 했는데 낙찰은 됐지만 사업성이 없어 무산됐다. 그러던 중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가 자기네가 건물을 짓고 임대차하는 방식을 제안해 변경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인천경제청이 ㈜엔타스에스디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 내용은 ㈜엔타스에스디가 100억 원을 투자해 한옥식당 2개 동과 문화체험장, 공연장 등을 짓고, 매해 일정한 토지임차료를 인천경제청에 내고 20년간 운영하는 것이다. ㈜엔타스에스디는 20년 후 이 건물은 인천경제청에 기부채납하거나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단, 20년 후 협상에 따라 10년 더 운영할 수 있다.

㈜엔타스에스디가 낼 임차료는 3527㎡(1067평) 기준 연간 1억 3100만 원이다. 인천경제청이 계획 변경 전 문화체험시설(경원별서, 300평)에서 예상했던 임대수익은 연간 최소 2억 6600만 원으로, 수익이 반절로 줄어든 셈이다.

식당 외 공간은 개방돼 있어, 임대료 예외

또 사업 면적이 1만 2565㎡(3800평)인데도, 인천경제청은 한옥식당 건물 대지면적과 주차장 3527㎡(1067평)에 대해서만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계약했다. 나머지 공간은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기에 임대료를 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유제홍 시의원은 "경원별서 부지가 사실상 식당사업 부지로 사용되는데, 어떻게 건물 대지면적과 주차장에 대해서만 임대료를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사실상 업체에 대한 특혜"라고 했다.

인천경제청이 2013년 4월 예상했던 경원별서 임대수익을 보면, 초기 1년은 면제이고, 2년차 2억 6600만 원, 3년차 2억 8500만 원, 4년차 2억 9700만 원, 5년차 3억 900만 원으로 총 11억 5700만 원이다.

하지만 사업 전환에 따른 임대료는 공시지가의 1%를 산정해 1년차 1억 3100만 원으로, 매해 공시지가 상승률을 반영하게 했다.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경원별서 인접 부지의 2014년 공시지가는 2008년 대비 0.98% 올랐다. 그렇다면 5년간 임대수익은 6억 6000만 원 이내로 추산할 수 있다. 즉, 계획 변경 전 경원별서 임대수익 총11억 5700만 원과 비교했을 때 수익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당시 임대수익은 임대가 됐을 경우를 전제로 산정한 것인데, 정책조정회의 때 경원별서 콘텐츠로는 임대사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민자 사업으로 전환해 20년간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만들었고, 동시에 50억 원을 절감해 경원루와 경원재를 더 고품격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청은 또, "시가 감사를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진행과정에는 전혀 특혜가 없다고 자신한다. 다만, 감사 결과 임대료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감사 결과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외국 회사 '공개 거부'로 재무정보 전무

민간사업자가 2013년 5월 대형 식당을 골자로 한 민간자본 투자유치 사업을 제안하자, 인천경제청은 이를 검토했고, 당초 계획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옥마을 내 대형 식당사업은 처음부터 수의계약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자유구역특별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인천경제청이 외국인투자법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엔타스가 이 사업을 제안했고, 사업계획 변경 후 ㈜엔타스가 외국인투자법인을 설립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이 사실상 ㈜엔타스에 의해 준비된 사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엔타스가 설립한 ㈜엔타스에스디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회사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westpoint investment, 유한회사)의 신용등급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돼있다. 이 회사는 ㈜엔타스의 미국 진출을 위한 부지 확보, 연락사무소 설립 등의 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자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신용조사기관에서 신용조사를 위해 업체에 정보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해 재무정보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원활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음'이라고 돼있고, 또 '전화로 연결됐으나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고 돼있다. 아울러 인천경제청 자체 분석에도 투자유치 대상 '부적합'으로 결정돼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모든 외국 회사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 외국 회사가 37만 달러를 한국에 직접 투자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라며 "부적합의 경우도 매각 시 고려하는 조건인데, 이 경우 임대계약이라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한옥마을 #인천경제청 #경원루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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