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1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마을부녀회 회장
최오균
다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여러분의 요청을 다 수용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불황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후원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한국에도 꼭 도움을 주어야 할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과 인연이 되어 이곳 네팔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자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앞으로 후원자가 늘어나는 대로 지원 학생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또한 컴퓨터를 모금하기 위해서는 큰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우선 배정된 컴퓨터를 고장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십시오. 이번에 여러분을 만나러 오신 분들도 모두 여러 면에서 어려운 가운데 마음을 내어 아끼고 절약하며 성금을 모아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저 역시 1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여기 케이피 시토울라씨도 아직 노트북이 없습니다. 그런 점을 이해하셔서 우선 오픈한 컴퓨터 교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운용하시고, 후원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주십시오. 저희들도 가능한 한 후원자를 늘리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내가 한 말을 시토울라씨의 통역을 통해 전해 들은 운영 위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이 그랬다. 컴퓨터 성금과 장학금 속에는 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녹아 있다. 돼지 저금통을 털어서 가져온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하며 모은 동전, 동네 골목에서 김밥을 팔며 몇 년 동안 모았다는 동전 꾸러미, 도시락을 배달하며 어렵게 모은 성금 등 많은 사람의 정성이 모인 소중한 성금이다.
이곳을 방문한 회원들도 현지 후원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어려운 가운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큰 마음을 내어 먼 길을 온 것이다. 어떤 시인은 이곳에 오기 위해 가장 아끼던 소장품을 팔아 여행비를 충당했다고 했고, 심지어는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서 온 사람도 있었다.
네팔까지 가는 데는 우선 항공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곳 오지까지 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두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은퇴한 나 역시 심장병 아내를 돌보며 시골 오지에서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처지인지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컴퓨터다. 낡고 오래된 컴퓨터지만 문서를 작성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이 낡은 컴퓨터로 원고를 부지런히 쓰는 일이다.
나는 적은 돈이지만 매월 일정 금액을 컴퓨터 성금으로 자동 이체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원고료가 많고 적음에 불문하고, 원고를 써서 기고를 여기저기에 했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여러가지로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게재된 원고를 세보니 무려 200건이 넘었다. 원고료도 상당한 보탬이 되었지만,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겁고 고마웠다.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을 위해 등불을 켜는 심정이라고 할까? 네팔로 떠나기 직전 1년 동안 모은 성금을 계산해 보니 60만 원 정도가 되었다. 시골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족히 두 달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큰 돈이다.
네팔은 몇 차례 여행을 다녀 온 나라다. 그래서 여행 비용이 부담이 되어 처음에는 나 혼자만 다녀오기로 했다가 결국 아내도 함께 가기로 했다. 아내도 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인 아이들을 간절하게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는 아무리 힘들어도 여행을 떠난다는 희망 하나를 가슴에 품고, 매일 몸을 갈고 닦고 조이며 관리를 잘 해왔다. 그런 아내를 두고 어찌 혼자 떠날 수 있겠는가?
희망의 씨앗 위한 희망 '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