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크리마스의 기적... 그 축제를 다시 한 번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28] 연재를 잠시 중단하며...

등록 2014.12.14 14:09수정 2014.12.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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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을 놓고, 군사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작권을 둘러싼 한반도 안보 문제가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연재 글을 게재합니다. 이 연재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 광경을 묘사한 <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The Illustrated London News)의 1915년 1월 9일자 삽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 광경을 묘사한 <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The Illustrated London News)의 1915년 1월 9일자 삽화.위키백과

영혼이 지치는 연말입니다. 1차 대전 당시인 1914년, 벨기에 플랑드르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영국군과 독일군은 상부 지시와 무관하게 참호를 떠나 완충지대에서 함께 성탄을 축하했습니다. 양 측 군인들은 먹을 것과 담배를 나누고 축구 경기도 벌였습니다. 지친 전쟁터에서 벌어진 이 유명한 일화는 지금 기념비도 세우고 영화로도 알려졌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 육군의 마샬 준장은 미군 지도부를 충격에 빠뜨리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일선 전투원들의 실제 사격률은 50%에 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자신이 살해당하는 걸 두려워하지만, 그보다도 누군가를 살해해야 한다는 걸 더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제대로 겨누지 않았다는 겁니다.

모든 전쟁이 그랬습니다. 살육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누군가 이를 명시적으로 표방하지는 않았더라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 것입니다. 총을 버리고 꽃을 들자는 호소에 인간의 영혼은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병사의 총구는 흔들립니다. 모든 지휘관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병사들이 제대로 사격을 하게 할 것인가"에 모아집니다.

교전권을 포기하고 평화권을 밝혔던 그 때

 크리스마스 휴전(정전)이 있던 1914년 12월 26일, 독일 134연대 병사들의 사진
크리스마스 휴전(정전)이 있던 1914년 12월 26일, 독일 134연대 병사들의 사진위키백과

삶이 팍팍하고 영혼이 지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지 내가 겪어야 할 어려움 때문이 아닙니다. 어쩌면 남을 어렵게 만들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상황의 압력, 구조의 압력 때문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작은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갇힌 영혼은 마치 전쟁터에서 사격을 망설이는 병사의 신세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약속한 주제를 다 연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내년에 마저 이어가겠습니다. 당분간 이 주제로는 연재를 쉬고자 합니다. 연말에 밀린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 대신 세상의 다양한 잡설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그 대신 여러분들과 망년회를 하고 싶군요. 혹시 저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오는 18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리는 저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북 콘서트에 오시기 바랍니다. 원하신다면 행사 종료 후 밤새도록 자리를 함께 할 용의가 있습니다.


바로 100년 전 영국군과 독일군이 즐기던 은밀한 축제 같은 분위기, 교전권을 포기하고 평화권을 행사하던 밝은 영혼들의 축제... 그런 자리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휴전 #크리스마스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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