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과학자를 위한 아름다운 시간

[김성호의 독서만세 37] <헬로, 사이언스>

등록 2014.12.17 16:49수정 2020.1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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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사이언스 책 표지 ⓒ 청어람미디어

<옥토버 스카이>라는 영화가 있다. 조 존스톤 감독이 연출하고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한 작품으로 국내에선 따로 개봉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영화는 냉전시대 콜우드라는 미국의 탄광마을에서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 뉴스를 본 호머라는 소년이 우주를 향한 꿈을 품게 되고 주변의 반대를 극복하며 꿈을 향해 전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호머 힉캠이라는 미항공우주국(NASA) 로켓과학자의 실화를 옮긴 것으로 꿈을 향한 청년의 도전과 극복의 드라마가 진솔한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나는 학창시절 이 영화를 처음 접하고 몹시도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특별하지 않아 평범함을 강요받는 수많은 젊음들의 모습에서 1957년의 콜우드와 우리 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고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쓸쓸하며 짜릿하게 느껴졌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보잘 것 없는, 아니면 꿈을 잃고 현실에 떠밀려 꾸역꾸역 살아가는 그렇고 그런 이 시대의 젊음들이 본다면 약간의 동경과 약간의 자극과 약간의 자책을 맛보게 될 법한 그런 영화였다.

청소년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과학 강연회 '10월의 하늘'은 바로 이 영화 <옥토버 스카이>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과학 콘서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정재승 교수의 주도 아래 지난 2010년 시작된 '10월의 하늘'은 과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과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어른들이 찾아가 쉽고 흥미롭게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강연회다.

지난 3년간 정재승 교수를 비롯 서울대 통계학과 장원철 교수,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전응진 교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 <과학동아> 윤신영 기자 등이 강연자로 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과학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 책 <헬로, 사이언스>는 '10월의 하늘'의 강연을 모아놓은 것이다.

내일의 과학자들에게 호머의 인공위성이 되기를 꿈꾸며


탄광마을에서 살아가던 호머라는 소년에게 꿈을 심어준 건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 뉴스였다. 그 뉴스가 소년의 무언가를 건드렸고 소년은 로켓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평범한 소년, 소녀에게 꿈을 심어주는 계기가 꼭 뉴스일 필요는 없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조언, 소설이나 만화의 내용, 친구들과의 사건 등이 모두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우연히 듣게 된 현직 과학자의 강연일 수도 있고 말이다. 내일의 과학자들에게 호머의 인공위성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오늘의 과학자들의 강연. 그것이 '10월의 하늘'이며 <헬로, 사이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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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 스카이 메인 포스터 ⓒ Columbia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묶은 것이기에 담긴 내용이 특별히 전문적이거나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청소년 도서 쯤으로 치부하기엔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도 유익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거대한 우주부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원자의 세계까지, 우리의 뇌부터 초파리의 날개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부터 몇 해 전 힉스 입자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탄 과학자까지. 빅데이터와 캐리커쳐, 음악과 신화 속에 숨은 과학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강연을 책으로 펴낸 것이기에 구어체로 쓰여졌다는 점도 특색이다. 때문에 잘 읽힌다. 더불어 강연에서는 생략되기 쉬운 제반 정보들이 강연 사이사이 사진과 도표로 제공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양한 주제를 폭 넓게 아우르며 청소년에게 쉽게 다가선다는 것이 정재승 박사가 지향해 온 과학의 대중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과 과학자들이 흥미를 심어주고 싶은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차이가 느껴져 아쉬움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청소년 교양서로는 물론이고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교양서적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책이지 않나 생각한다. 여전히 이공계 소외현상이 때마다 이슈로 부각되고 청소년들에게 과학이 입시를 위한 과목 정도로만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이 먼저 대중을 향해 다가서는 이 같은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실린 내용 만큼이나 출판의 의의가 빛나는 그런 책이었다.
덧붙이는 글 <헬로, 사이언스>( 10월의 하늘 지음 / 청어람미디어 펴냄 / 2014.10. / 1만 3800원)

헬로, 사이언스 - 내일의 과학자를 위한 아름다운 과학 시간

정재승 외 지음,
청어람미디어, 2014


#헬로, 사이언스 #10월의 하늘 #청어람미디어 #정재승 #옥토버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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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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