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아무개, 정아무개, 남아무개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안태호
치료가 끝난 뒤 가장 걸리는 문제는 취업이었다. 박씨는 "원래 사업을 할 생각이 있어서, 일단 기업에 들어가 자금을 모으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일반적인 취업은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면접관이 공백기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묻으면 투병했다고 밝히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암 환우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한 친구는 최근 기업 면접에서 투병한 사실을 밝혔더니, 면접관이 "다른 면접에서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올 8월에는 토익 학원에 가다가 손 떨리는 증상이 심해져서 한 달 정도 다시 집에서 쉬었어요. 일어나면 따로 할 만한 게 없으니까 일단 컴퓨터를 켜고... 운동 갔다 와서 컴퓨터 좀 하다가 잠드는 생활이 반복됐죠. 또래 친구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려 한다. 문제는 공무원 시험에도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신체검사 결격사유의 첫 항목이 '예후가 좋지 않은 악성 종양'이다. 그는 "시험 다 보고 나서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투병을 했던 이들 개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라 업무수행이 가능한지의 여부만 담당의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의사 개인의 소관이 다소 개입될 수는 있지만, 의학기술의 발달을 감안해 그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그는 신체검사 과정에서 합격이 취소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통계 관리가 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도 답했다.
지난 12일에 만난 정아무개(26·남)씨도 최근 면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림프종(임파선암)을 앓은 적이 있다. 군대 가기 전 투병했기에 이력서에는 군 면제 사유로 '투병'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
그는 대기환경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 진학 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나 UN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겠다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대학원을 준비하려고 할 때마다 '재발 의심'이라는 검사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공부 쪽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작년 4월 학원 풀타임 강사 면접을 보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치료를 받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좀 더 쉬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아무래도 고용하는 쪽에서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하니, 업무를 맡기기 힘들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다행히 정씨는 올해 4월부터 한 생활가전 기업의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면접 때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기검사 결과도 좋고 지금은 이상 없다, 하지만 앞으로 정기검사나 건강 문제 때문에 나에게 휴식을 주어야 할 일은 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이 업무는 본인이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시작한 뒤 정기검사 결과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직업, 정신 상담 등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