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되고 싶다"던 청년, 왜 소방서서 뛰어내렸나

[20대 청춘! 기자상] 전환복무 '의무소방원'에 더 큰 관심 기울여야

등록 2014.12.24 10:20수정 2014.12.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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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되고 싶다"며 소방서에서 군 복무를 하던 의무소방원('의방'이라고 줄여 부른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일찌감치 사고를 자살로 결론내렸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동기를 찾지 못했다.

지난 10월 21일 오전, 포항 북부소방서 두호119안전센터에서 구급보조 업무를 수행하던 의무소방원 문아무개 일방(육군의 일병 계급)이 소방서 건물 3층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가족 및 친구들은 지난달 기자와 한 통화에서 "친구관계나 가정사 등 다른 문제는 없는 걸로 안다"며 문 일방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 중 한 명은 "소방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12월 초에 49재까지 마친 상태지만 문 일방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는 답보 상태다. 문 일방은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선임 성격이 너무 XX맞다", "제대하고 제대로 걸리면 죽여버리겠다" 등 군 생활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대화내역에는 선임병들이 자신과 동기를 불러놓고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외에 신체적·언어적 폭행을 비롯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뚜렷한 정황은 없다   

문아무개 일방의 카카오톡 메시지 선임병과 단 둘이 생활하면서 겪은 고충을 친구에게 토로했다.
문아무개 일방의 카카오톡 메시지선임병과 단 둘이 생활하면서 겪은 고충을 친구에게 토로했다.박민규

한편, 사고 발생 3주 전인 지난 10월 3일에는 충남 아산소방서 모종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정아무개 일방이 역시 소방서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쳤다. 소방서 관계자는 기자에게 "입대 전부터 우울증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했던 인원"이라면서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기 의무소방원은 "(정아무개 일방이) 선임병과의 갈등 및 소방서 생활 부적응을 호소한 것으로 안다"며 "소방서 측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의무소방원은 현재까지 팔과 허리 등 부상 부위를 치료받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인력, '의방'

의무소방은 부족한 소방인력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2년부터 선발해온 전환복무요원이다. 체력, 필기, 면접시험 등 3단계의 전형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과거에는 행정, 통신, 운전 등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모든 인원이 재난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일반 군부대에 비해 민간과 접촉이 많아 상대적으로 편하게 복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위의 사례가 보여주듯, 소규모로 근무하다 보니 내부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면 파악하기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다.

공무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무소방원 광고 의무소방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면 9급 소방공무원(소방사) 특채에 응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무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무소방원 광고의무소방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면 9급 소방공무원(소방사) 특채에 응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LICENSE 114

지난 2012년, 경기도 일산소방서에서 복무하던 고(故) 김상민 상방이 현장 활동 중에 순직했다. 2층에 올라갔다가 바닥의 구멍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가 이내 숨졌다. 명백한 안전관리 소홀이었다. 당시 김 상방의 계급은 일방이었으나 순직처리 과정에서 1계급 특진됐다. 지난 9월 22일에는 당시 실질적 지휘권한이 있던 지자체인 경기도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현장 활동 이후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무소방원은 "사고 현장에서 얻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사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남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이 의무소방원은 지난해 겨울, 함께 일하던 소방공무원이 사고로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몇 달 동안 혼자 괴로워하다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나 담당자는 "의무소방원이 구급출동을 하면 얼마나 하느냐"며 거절했다. 그는 한 달에 50번꼴로 구급현장에 나갔다.

내부 인력인 의무소방원부터 챙겨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해였다.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조직의 어깨 역시 한층 더 무거워졌다. 소방방재청 해체 후 조직 재정비에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 소방이다. 하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들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내년이면 도입된 지 만으로 12년이 되는 의무소방원은 이제 일선에서 꼭 필요한 소방력이 됐다. 이들은 소방인원인 동시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현역 군인이기도 하다. 의무소방원의 안전은 소방조직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청춘! 기자상 응모글
#의무소방원 #소방 #전환복무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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