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욱탓지 와불 사원의 개들거대 와불 사원으로 유명한 차욱탓지 파고다 입구의 개들, 신성한 파고다에 자유롭게 돌아 다니는 개를 보며 공생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전병호
'삼순이'드라마 얘기가 아니다. 인레 호수를 여행할 때 머물렀던 낭쉐(Nyaungshwe)의 집시인(Gypsy inn)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강아지 얘기다.
원래 다른 미얀마 개들처럼 이름없는 거리의 개인데 한 번 만난 인연으로 내가 이름을 지어줬다. 미얀마 개는 대부분 예전 우리 시골에서 보던 똥개와 비슷하게 생겼다. 오랜 세월 여러 개들의 피가 섞인 잡종견이 특징인 것 같다. 시골 똥개처럼 생긴 그 녀석을 처음 봤을 때, 예전 고향 집에서 기르던 '삼순이'가 생각났다. 그 이름이 딱 떠올랐다.
그 녀석을 만난 날은 인레 호수를 구경하고 숙소 마당에서 치킨에 미얀마 맥주를 마시며 여행자의 특권을 누리고 있을 때였다. 낯선 곳에서 석양이 물드는 저녁 하늘을 보며 마시는 '치맥'의 맛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분위기에 취해 노닥거리는 사이 의자 근처에 어린 티가 나는 누런 개 한 마리가 보였다. 그 녀석은 태어난 지 4~5개월 정도 되어 보였는데 꼬리를 엉덩이 사이에 바짝 끼우고 움츠린 자세로 서성이고 있었다. 잔뜩 겁먹은 모습이 애처로워 먹다 남은 치킨 몇 조각을 던져 주었다. 모습과는 달리 동작은 엄청 빨랐다. 던져주자 마자 후다닥 저만치 물고 가더니 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그때 마침 마당에 나와 그 광경을 지켜보던 게스트하우스 주인 할머니가 '삼순이'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손님인 우리에게 해를 끼칠까 봐 그랬던 것 같았다. 할머니의 행동으로 봐서 아마도 그 녀석은 여러 차례 이곳에 나타나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겁먹은 녀석은 줄행랑을 치고 없었다.
마지막 남은 치킨 조각을 들고 뛰어 나가 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숙소 옆 작은 수로에서 눈치 보는 녀석을 발견했다. '삼순아' 부르니 자기 이름을 알아 들었는지, 나를 알아보는 것인지 눈치를 보며 한 발씩 다가온다.
치킨을 던져주니 바람처럼 빠르게 물고 풀섶으로 들어 갔다. 잔뜩 움츠린 뒷모습을 보니 더욱 안쓰러웠다. 녀석은 아마도 무리에서 밀려 저리 떠돌고 있는 듯 했다. 미얀마 개들은 새끼를 낳으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어미가 돌보지만, 때가 되면 무리에서 분가를 시키는데 저렇게 외톨이로 방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