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란 노래, 왜 만들었는지 알겠네

[여행] 케이블카, 유람선, 레일바이크로 즐기는 여수

등록 2014.12.25 15:42수정 2014.12.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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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바다위를 천천히 산책하듯 지나가는 해상 케이블카. ⓒ 김종성


12월 들어 20일 가까이 이어지는 동장군의 기세에 바짝 움츠리고 지내다보니 어깨가 다 뭉쳤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이 아름다운 바다에 둘러싸인 도시 전라남도 여수(麗水). 연평균 기온이 14.7도로 포근해 한 겨울에도 바닷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동네다. 추운 겨울날 훈훈하게 여행하기 좋은 몇 안 되는 곳이다. 어떤 이는 겨울 제주도에서 가장 포근하다는 서귀포시 보목동이 떠오른다고 했다.

난 겨울 한파로 인해 자전거도 못타고 창밖만 바라보다가 정 답답하면 따뜻한 남쪽나라 여수로 철새처럼 훨훨 떠나곤 했다.


높은 산이 없고 대부분 평지인 여수는 사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나비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바다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해안을 따라 들어선 바닷가 마을마다 아름답고 정다운 풍광을 보여주니, 여수 군청에서 자칭 세계 4대 미항, 남해의 나폴리라 자랑할 만하다.

여수의 명물이 된 바다 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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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시원한 남해바다 풍경과 오금이 저리는 짜릿함을 느꼈던 여수 해상 케이블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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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여수의 명소 오동도 가는 길이 펼쳐진다. ⓒ 김종성


지난 19일 기차를 타고 여수 엑스포역에 내렸다. 한파주의보로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를 기록했던 서울과 달리 여수는 정말 아침에도 기온이 영상에 머물렀다. 두터운 방한모자와 목도리를 벗었다. 뺨을 찰싹 때리는 듯했던 서울의 찬바람과 달리 볼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기분도 풀렸고 잔뜩 움츠렸던 가슴도 절로 펴졌다.  

기차역에서 붉은 동백꽃이 피고 바다 풍광 좋은 오동도로 향하려는데 저 멀리 바다 위로 웬 놀이기구 비슷한 것들이 줄지어 둥둥 떠다니는 게 보였다. 알고 보니 여수에도 지난 2월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단다. 국내에선 최초요, 아시아에서 네 번째란다. 바다 위로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산책하듯 천천히 오가는 케이블카가 타고 싶어졌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을 왕복운행하며(편도 거리 1.5㎞) 왕복 탑승비는 1만3000원이다. 90m높이의 상공을 6인승과 8인승 케이블카가 오가는데,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케이블카는 최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잠시 멈춰서더니 특유의 짙푸른 남해바다를 한 눈에 보여주었다. 여수 건너편에 있는 경남 남해군의 풍광도 단번에 들어왔다. 확 트인 바다를 시원하게 감상하다가도, 바람이 슁슁~불면 케이블카가 흔들거려 '아찔'하다.


일몰 이후에 이용한다면 여수의 야경과 밤바다를 바다 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겠다. 특히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된 케이블카도 있어서 오금이 저리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내년 3월 4일까지 '여수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여수 빛노리야 축제'도 한다니 화려해진 여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이렇게 해상 케이블카는 낮에는 다도해 풍광과 오동도, 여수항을 볼 수 있고 밤에는 여수 밤바다의 매혹적인 정취를 느끼는 여수 명물이 되고 있다(여수 해상 케이블카 예약 및 이용문의 : 061-664-7301).

거북선 유람선, 레일 바이크로 즐기는 여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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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탔던 거북선 유람선이 밤엔 화려하게 변신해 여수의 밤 바다를 빛나게 해준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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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춥지 않은 여수는 아름다운 야경이 있는 바다 곁을 걷는 맛이 참 좋다. ⓒ 김종성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공원에 갔다가 다시 자산공원으로 돌아오면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오동도까지 갈 수 있게 내리막길이 이어져 있다. 예쁜 동박새가 우짖는, 땅에 떨어진 채 몇 송이 남은 동백꽃을 반갑게 바라보며 오동도 산책을 했다. 따스한 햇살을 반사시켜 주는 청정한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오동도는 매년 가도 지겹지가 않은 작지만 큰 섬이다.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 공민왕이 봉황새가 날아와 오동나무 열매를 따먹는 것을 보고 왕이 나올 징조라며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라고 해,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나무가 더 지천인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동도의 작은 선착장엔 거북선을 닮은 유람선이 오간다. 여수는 이순신의 전라좌수사 부임지로 거북선이 처음으로 출정한 곳이다. 유람선의 전체적인 모양은 거북선과 유사하나 정작 거북이 얼굴은 용의 형상에 가까워 피식 웃음이 났다. 오동도 주변과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여수 엑스포장 앞을 지나 여수 바닷가를 1시간 반동안 유람하는 배다. 선창에서 맞는 바닷바람은 톡 쏘는 알싸한 맛의 여수 갓김치 같았다. 

이 유람선은 '여수 거북선 한려해상 투어' 상품에 투입되었는데 영화 <명량> 흥행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배 또한 저녁에 타면 '여수 빛노리야 축제'와 어울려 멋진 여수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겠다. 빨간 하멜등대로 이어지는 여수항과 포구 산책로의 야경과 밤바다는, 따뜻한 날씨 탓에 점퍼만 가볍게 입고 나설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바다에는 조업을 떠나는 어선이, 하늘에는 불 밝힌 해상 케이블카가 멋스러운 야경을 빚어낸다.

ㅇ 승선장소 : 오동도 음악분수대 앞
ㅇ 승선요금 : 15,000원(만12세 이하 7,500원)
ㅇ 운항 및 예약 문의 : (주)한려수도 061-644-6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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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된 전라선 기차길이 바닷가 레일 바이크로 변신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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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빛노리야 축제'가 내년 3월 4일까지 열리고 있다. ⓒ 여수시청 누리집


여수 엑스포역 위쪽에 있는 만성리 해수욕장 해안가에 위치한 해양 레일 바이크(여수시 만흥동 141-2)도 여수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기 좋다. 옛 만성리역이 있었던 전라선 기차가 달리던 철길이었는데 폐선이 되면서 자연환경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로 재탄생했다. 마래터널~만성건널목을 오가는 왕복 약 4㎞ 구간으로 약간의 경사가 있는 컴컴한 터널 속을 달리는 재미도 있다(이용 문의 : 061-652-7882, 누리집 : www.여수레일바이크.com).

여수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숙소 검색을 했는데 여수에 10곳이 넘는 게스트하우스가 성업 중이었다. '여수 빛노리야 축제'때문인지 아님 포근한 겨울날씨 때문인지 비수기인 한 겨울에도 손님들이 많아 예약을 해야 했다. 낭만적인데다 화려하고 포근한 겨울 밤 바다 여행지는 여수가 유일하지 싶다.     

ㅇ '여수 빛노리야 축제' : 2013.12.20 ~ 2014.03.04
ㅇ  문의 : 061-659-4549 (여수시청 : 1899-2012)
덧붙이는 글 지난 12월 20, 21일에 다녀왔습니다.
#여수 여행 #해상 케이블카 #거북선 유람선 #해상 레일바이크 #빛노리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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