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불교, 천도교, 기독교 3개 종교가 함께한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 왼쪽부터 법륜 스님,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
이준길
법륜 스님과 박종화 목사, 박남수 교령이 함께 예배당 안으로 입장하자 경동교회를 가득 메운 교인들이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회자는 "성탄 때마다 찾아오시는 특별한 형제자매님을 소개한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먼저 구역별 찬양대회가 시작되면서 "저 들 밖에 한밤 중에", "징글벨", "흰 눈 사이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탄일종이 땡땡땡", "동방에서 온 박사들" 등 우리들 귀에 익숙한 찬송가들이 메들리로 신나게 이어졌다. 법륜 스님은 가사와 선율에 맞춰 박수를 치며 계속 미소를 지었다.
구역별 찬양대회가 끝나고 박종화 목사가 나와 박남수 교령과 법륜 스님을 소개하면서 환영의 박수를 청했다. 박 목사는 "오늘의 만남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면서 "3.1운동 때도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앞장서서 만세 운동을 이끌었고, 그 뜻을 이어받아 지금도 우리들은 종교를 넘어서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활동을 10여년 간 함께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예수님 오심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법륜 스님은 박남수 교령과 함께 축하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박 목사에서 전달했다. 그리고 박남수 교령은 "올해는 성탄절을 위해 천도교 교당 앞에 '예수님 오심을 함께 축합니다'라고 현수막을 걸어놓았더니 신도들이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더라" 면서 "지금 이 시간에 천도교 교인들도 성탄절을 함께 축하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종교인들도 많이 가슴 아팠다"고 하면서 "새해에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법륜 스님도 성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저도 초등학교 때 교회를 다녔다"고 운을 뗀 뒤 "크리스마스 때 연극을 했는데 제가 동방박사 역할을 했다"고 하면서 "그런데 사람이 자기가 지은 데로 된다고 하더니 지금 5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동방박사로 이렇게 찾아왔다" 해서 교인들의 큰 웃음을 자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