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R 의 예술감독을 맡고있는 김설진. 깔끔한 검정정장도 잘 어울린다.
문성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의 '무용창작산실'이 12일부터 31일까지 약 20일간의 화려한 대장정을 김설진과 남현우로 결성된 MOVER의 <안녕>으로 마무리한다.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행하던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구, 창작팩토리)이 2014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연극, 무용, 오페라 그리고 올해 신설된 음악부분까지 지원하며 뮤지컬은 연극과 분리되어 '창작뮤지컬 육성 지원사업'으로 변경되어 운영 중이다.
2014 '무용창작산실'은 대극장 4작품과 소극장 5작품으로 구성했다. 개막작으로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한 이경옥무용단의 <심청>, 박나훈무용단의 <씨저테일 서전트>, 서울발레시어터의 <RAGE>(안무 제임스전), MOVER의 <안녕>(안무 김설진 남현우)까지 총 9 개팀의 다양한 작품이 선발됐다. 작품은 지난 5월~7월, 2개월간 지원심의와 쇼케이스를 통해 최종 선정됐으며, 4개월간 작품준비기간을 거쳤다.
12월 30일과 31일의 MOVER팀은 2014년 댄싱9 시즌2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설진이 예술감독으로 안은미컴퍼니 대표 남현우가 공동안무를 맡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김설진은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자취시절 머물렀던 옥수동 단칸방 이야기로 무대를 시작했다. 마술사 같은 깔끔한 검정색 양복과 조끼, 나비넥타이에 뒤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모습이 평소의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모습과 옷차림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주인집 아줌마가 살던 집 벽을 부수고 문도 안 만들어준 것, 천장에 비가 새도 안 막아주던 일 등을 자연스럽게 마치 공연시작 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연이 시작한지도 모르게 진행했다. 가끔씩 무척 불편한 듯 눈을 심하게 비비고 찡그리면서 눈을 심하게 비벼댔는데. 이것은 실제로 눈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안무 일부로서 단칸방에서 가위눌리며 환상의 영적세계로 자신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다음 제스처를 위한 것이었다.
기괴한 분위기의 음악이 시작되고, 김설진의 몸은 진동을 하고 혼자 중얼거림과 귀신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손목 발목이 꺾이고, 목젖이 마구잡이로 떨리고, 몸이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앞뒤 사방으로 움직인다. 한참 가위에 눌린 무서운 세계를 경험한 뒤, 무대에 남현우가 등장한다. 그의 요사이 트레이드마크인 멋있는 긴 파마머리와 중절모, 그것과 다르게 손목발목이 안쪽으로 꺾인 채 어정쩡하게 움직인다.
김설진은 핸드폰으로 카톡에 심취해 있고, 이날 음악을 맡은 정종임의 낮게 읊조리는 피리소리와 더불어 의미심장하게 저음으로 반복되는 음악은 기분 나쁘게 일상을 죄여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표현한다. 남현우는 점차 옷을 한겹씩 다 벗고, 하염없이 사지를 휘돌리며 움직인다.
마침내 나자빠진 그의 모습을 배경으로 김설진은 브이포즈를 지으며 셀카를 찍는다. 모든 현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고, 남의 슬픈 현실까지도 남기려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모습이다. 이내 검은색 무대 위에 처음부터 마술사의 박스처럼 있던 검은 박스가 책장처럼 한켠에서 펼쳐지고 컴퓨터로 음악을 컨트롤하던 정종임은 손놀림도 현란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