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악령을 막아라'... 독일인의 새해맞이

모두가 참여하는 불꽃놀이... 악귀 쫓아내는 문화에서 유래

등록 2014.12.31 20:28수정 2014.12.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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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한 크리스마스 장터 ⓒ 신희완


뉴욕에서는 타임스퀘어에, 서울에서는 보신각 주변으로 사람이 모인다. 그럼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새해를 맞을까?

독일에서는 10월 말 핼러윈 축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겨울 준비를 시작한다. 핼러윈이 끝나고 11월 초중순부터 각 도시의 광장과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터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슈퍼마켓과 상점에서는 각종 크리스마스 상품과 음식을 판매한다.

요란하게 도시를 물들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거의 한 달 이상 지속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터는 12월 24일을 기점으로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장터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일반 상점들도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에 돌입해 도시 전체가 문을 닫는다. 크리스마스 때 사람들이 들끓는 다른 나라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1월 초까지 중소 규모의 도시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과 상점이 문을 닫는다.

멀리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도심에서는 더 높은 밀도로 폭죽이 터지고, 사람이 적은 외곽에서는 낮은 밀도로 폭죽이 터지곤 한다. ⓒ 신희완


크리스마스 끝난 뒤 사람들은 새해(Neujahr) 맞이를 준비한다. 하지만 새해보다 실제로 더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12월 31일 새해 전날인 질베스터(Silvester)이다. 이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바로 폭죽이다.

12월 31일 밤에 폭죽 절정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슈퍼마켓에는 폭죽 코너가 따로 생길 정도로 사람들은 수많은 폭죽을 사간다. 그리고 질베스터가 다가 올수록 도시 곳곳에서 실험 삼아 터지는 폭죽소리가 잦아진다.

독일에서 새해를 맞으며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중세시대의 미신적인 믿음에서 유래한다. 12월 31일 가장 사악해지는 악령이 재앙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불 붙은 나무 바퀴를 계곡 등지로 굴려보며 밤새 소음을 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전통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 지금의 불꽃놀이로 이어졌다. 물론 지금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행운을 빌고, 그저 즐기기 위함이다.

도심에서는 끊임없이 폭죽이 터진다. ⓒ 신희완


새해 맞이용 불꽃놀이를 제외하고도,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폭죽으로 응원하는 팀의 골과 승리를 기념한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4강전 브라질과의 경기 당시, 계속되는 독일팀의 골로 쉴틈 없이 폭죽이 터졌고, 준비한 폭죽이 모자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새해가 오기 몇 시간 전부터 사람들은 도시의 광장, 공원, 거리 혹은 집에 모여서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불꽃놀이는 1월 1일 0시 정각에 절정을 이룬다. 이후로도 1, 2시간 동안은 남은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불꽃놀이를 위해 100유로 이상을 쓰는 사람들도 있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한다. 동시에 듣기 싫은 폭죽 소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몇몇 도시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금지하거나 양로원, 교회 등 정숙이 요구되는 장소 일대에서는 불꽃놀이를 금지하기도 한다.

불꽃놀이는 다음 날 거리와 광장에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신희완


그럼에도 독일인의 다수는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를 선호한다. 이 시기에 폭죽 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에 나갈 정도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독일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가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처음 봤을 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한강 불꽃 축제나 대형 행사를 장식하는 거대하고 화려한 폭죽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의 1시간 가량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개개인의 불꽃놀이를 보니 오히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수동적인 행사가 아니었고, 그 누구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였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독일의 새해맞이 행사를 보며 중국의 풍습과 거의 유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도 설을 맞이하며 악귀를 쫓기 위해 불꽃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도 좋지만, 2015년 한 해에는 우리 스스로 명절과 기념일을 맞이하는 자신만의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래 동영상은 새해를 맞이하는 2013년의 독일 도시의 불꽃놀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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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 신희완


#독일 #새해 #축제 #불꽃놀이 #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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