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생소한 단어지만 익숙해져야...

[리뷰] <탈바꿈>을 읽고... 과학 교사가 부교재로 쓴 이유

등록 2014.12.31 17:37수정 2014.12.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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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은 적어도 나에게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사용 연한이 지난 고리1호기의 재연장이 추진되는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로 과학(물리)을 가르치고 있다. (12월  말로 계약기간이 끝나지만) 사용 연한이 지난 기간제 교사라고 할까!

오늘은 방학식 하는 날이고, 마지막 수업(내가 수업 들어가는 8학급의 마지막 수업)은 오마이북에서 발간한 <탈바꿈>을 내용으로 탈핵에 대해 수업하였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탈바꿈>은 훌륭한 부교재가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는 핵에너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물리1 교과서에도 핵에너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관련기사 : 물리 교과서에 나온 원자력 발전... 과연 미래에너지? ) 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핵 발전(교과서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에게 '탈핵'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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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운동 ⓒ 오마이북


핵에너지는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질량결손에너지 E=mc²  핵이 분열하면 질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그것이 에너지로 바뀐다.)를 말한다. 대한민국의 교과서에는 우리고장의 자랑거리로 고리원전의 전경 사진이 당당히 실려있다. 그리고 핵에너지의 잘못된 사용으로 히로시마(혹은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말하고 있다.

핵분열 과정에는 에너지도 나오지만, 방사선도 나온다. 알파선, 베타선, 감사선. 방사선을 쬐게 되면 그것을 '피폭'이라고 한다. 엑스레이나 CT 촬영에서도 방사선을 쬘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방사선에 의한 피폭은 피할 수가 없다.

막연하게 위험하지만, 인간이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한 에너지이며, 특히 화석연료(석유, 석탄 등)가 고갈(사라지고 있는) 되는 시점에서 당장 핵발전소는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공부를 했었다.

탈바꿈은 어차피 가야 할 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폭발은 그 당시 큰 이슈가 되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반핵, 탈핵이란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과연 핵발전소는 통제가능한 에너지인지 의문을 품기도 하였다. 그리고 잊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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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크렐(Bq) ⓒ 오마이북


<탈바꿈>이란 책은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의 첫 글자를 만든 제목이다. 핵발전소에 대한 제한된 내용으로 '우리나라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무너뜨린다. 다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핵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제 4의 불'이라는 칭송의 핵발전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괴물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쿠시마에서는

도쿄 전력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4년 지금, 후쿠시마현 주민들(8만 1000명)이 방사선 피폭에 의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폐로작업(핵발전 시설과 그 부지를 방사선 안전성 측면에서 원래상태로 되돌리는 작업)'과 방사능 오염수 처리로 매일 약 3000명이 핵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또 2000명의 하청 노동자(추정치)는 자신의 목숨을 돈으로 바꾸어 죽음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이후 끝나지 않고 있는 사고다. 한마디로 끝을 알 수 없는 사고인 것이다. 그 비극의 무대에서 시간에 의해 무뎌진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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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7일 월성 3호기 계획예방정비 중 취수구 물막이(stop gate)설치 사전준비작업을 위한 잠수 작업중 사망한 권아무개 잠수사의 발인날(한달만에 발인을 하였다.)의 모습이다. 이날 화장터에서 가장 젊은 고인이었고 유가족과 지인들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본 가장 슬픈 유가족이었다. ⓒ 송태원


단위면적당 핵발전소 개수 1위 국가는?

우리나라는 단위 면적당 핵발전소 개수는 세계 1위 국가다. 23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인 원자력 강국인 것이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는 노후 원전이다. 사용 연한이 끝난 원전이며 폐로를 해야하는 것이 너무나 상식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설계 수명이 다 했지만, 멈출 수 없다.

"위험성이 많음에도 핵발전소는 수명을 연장한다. 핵발전소는 아주 비싼 기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건설되는 핵발전소 1기의 가격은 3조 원 정도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감가상각이 끝난 기계를 보수하여 사용한다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핵을 반대하는 사람 중에도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고. 그래서 새로운 핵발전소 부지(땅)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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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 오마이북


핵발전으로 만든 전기는 후손의 미래를 도둑질해서 사용하는 전기다. 대한민국에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고비를 여러 번, 운 좋게 피해왔을 뿐이다. 그 대가를 미래가 아니라 지금부터 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OECD 국가 대부분이 탈핵으로 가고 있다. 왜 우리만 뒷걸음으로 원자력 강국으로 가야하는가. <탈바꿈>은 원자력 발전의 진실로 찾아가는 지도와 같은 책이다. 어차피 탈핵은 가야만 할 길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부산시 교육청 블로그에도 보냈습니다.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탈바꿈프로젝트 엮음, 히로세 다카시 외 지음,
오마이북, 2014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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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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