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보는 시각, '좌우개념'에서 벗어났으면"

전북 군산에서 '고은 문화사업추진위원회' 공식 출범

등록 2014.12.31 17:29수정 2014.12.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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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 고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화 사업이 그의 출생지인 전북 군산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는 문동신 군산시장이 6·4지방선거 때 '고은 문학관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7월 2일 '고은 시인 예우 사업 추진위원회'가 14명으로 구성됐다. 그후 위원 영입 작업을 거쳐 지난 30일 오후 4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규장각실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이승우 군장대 총장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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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문화사업 추진위원회 창립총회 모습 ⓒ 조종안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칠 예정인 추진 위원회는 이승우 위원장을 비롯해 백낙청 전 서울대 명예교수, 강현욱 새만금코리아 이사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국회의원 5명(김관영, 김영환 등), 송하진 전북 도지사, 문동신 군산시장, 진희완 군산시의회 의장, 최예태 서양화가 등 87명으로 구성됐다.

고은 관련 문화 사업은 과거 민간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추진됐으나 고은 시인을 좋아하는 각 분야(민·관·학) 전문가와 마니아들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추진위원회가 출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사람이 추진위원회 활동에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립 총회가 끝나고 만난 이승우 위원장은 "2015년 10월 중 창작 오페라 '만인보' 공연과 전국 백일장 대회, 고은 시 창작 음악제, 고은 시 낭송대회, 학술대회 등으로 짜인 '고은 만인보 문화축전'을 개최할 계획이다"라며 "추진위를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고은 문학관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건립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우 위원장은 "군산은 세계가 인정하는 시인 고은의 출생지임에도 그 분을 위한 문화·예술적 기반은 전혀 없는 실정이며, 여론도 생각처럼 호의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고은 시인은 이념을 아우르는 '민족 시인'이자 독재에 저항한 '저항 시인', 고향을 노래하는 '서정 시인'으로 문화 사업 추진위 출범이 계기가 되어 그를 보는 시각도 좌우 개념에서 벗어나 군산의 혼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은 우리 고장이 낳은 자랑스러운 민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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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식 식전공연 모습 ⓒ 조종안


저녁 6시부터는 고은 문화사업추진위원회 출범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출범식이 500여 시민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군산 예술의전당 로비에서 열렸다. 시립예술단 공연에 이어 시작된 출범식에는 고은 시인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아래는 출범식이 열리는 군산 예술의 전당 로비에서 만난 군산 시민이 고은 시인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다.

"우리 고장(군산)이 낳은 자랑스러운 민족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뵐 때마다 외갓집처럼, 고향처럼 푸근하게 느껴져요." -군산시청 공무원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시도 쓰시고, 옥중에서 <만인보>도 저술하고, 역사에 관심도 많으시고... 한국문학의 거대한 산맥을 이룬 분이죠." -대학생

"항상 시대를 비판하는 아웃사이더로, 비주류로, 방랑자처럼 외롭게 떠돌면서도 선구자적인 삶을 추구하였고, 인생의 일부를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에 바친 세계적인 시인이죠." -군산대 교수

"노벨문학상 후보로 10여 차례나 오르고, 광주항쟁 글도 쓰시고, 의식 있는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분(고은)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운 분이죠." -40대 주부

고은 시인은 1933년 전북 군산시 미룡동(용둔부락)에서 태어났다.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등단,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을 펴냈다. 그 외에 <어느 바람>, <백두산>, <고은 전집> 등 160여 권을 발간했다. 그는 팔순을 넘겼음에도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청춘 시인으로 불린다. 3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시집 <만인보>는 대하소설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담긴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고은 시인이 전하는 을미년 새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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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과 기념촬영 하는 고은 시인 ⓒ 조종안


출범식에 참석한 고은 시인은 추진위원 및 시민과의 기념촬영을 마치고 오후 7시 30분부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창작오페라 고은 만인보 제7편 <사람마다 아리랑, 모두 다 아리랑>(총감독 조시민) 공연을 관람했다. 아래는 고은 시인이 전하는 양띠 해 신년 메시지다.

"2014년은 우리 모두를 슬픔과 분노에 빠뜨린 사건인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한 해였습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질서를 재정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슴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세월호 사태는 모든 갈등의 서사입니다. 빈부, 지역, 세대, 이데올로기 간의 갈등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는 쓰러져야 하는 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15년 새해는 모든 아픔을 풀어내고 기쁨으로 충만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군산 시민 여러분께서도, 부디 건강하시고 또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은 그러한 편안한 행복의 삶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게 기원하면서 을미년 새해를 함께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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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 ⓒ 조종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 #고은 문화사업추진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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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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