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중인 흡연가가 애주가에게 묻습니다

'니들이 담배맛을 알아?'

등록 2015.01.02 17:02수정 2015.01.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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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중인 술 못마시는 사람입니다. 우선 비흡연자들에게 축하드립니다. 실내 모든 공간에서 금연이 실시되었고, 거리도 금연구역이 늘어나 걱정하던 간접흡연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인해 담뱃값이 인상되어 흡연자가 감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더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참에 금연을 합니다. 흡연자가 범죄자 취급 당하는 것이 더럽고, 국민건강의 안위보다는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술책에 놀아나기 싫으며,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내 건강도 챙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 음주를 전혀 못하거든요? 미생에서 "니들이 술맛을 알아?"라는 대사를 통해 술로 스트레스를 받고, 역설적이게도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냈지요.

근데 전 술맛을 전혀 모릅니다. 왜 술을 마시는지 이해 못합니다. 비흡연가가 '왜, 담배를 피우지?' 하고 의문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제가 담배를 피웠던 이유로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연기와 함께 화를 삭히는 기분이겠지요? 그래서 술 마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다 해도 일부 음주가의 행위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기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셔 술자리에서 꼬장을 부리거나, 길거리에서 고성방가에, 심지어 동물처럼 전봇대나 으슥한 벽에 소변을 보는 행위,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 길 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 음주 운전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소중한 목숨까지 잃게 하는 행위 등 그 모든 행위를 이해 못할 뿐더러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비흡연자처럼 말이죠.

그래서 조금 억울합니다. 음주가들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비음주가를 위해 이러면 어떨까 제안을 한번 해봅니다.


1. 술집을 벗어난 곳에서 일정 이상의 알콜수치를 지닌 사람이 풍기문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벌금 십만 원을 부과한다. 
2. 술집 외 공공장소인 놀이공원, 야외공원, 야구장과 같은 곳에서 일절 알콜판매를 금지할 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것도 금한다. 이를 어길시 해당 시설에 벌금 부과는 물론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고, 어기는 사람에게 벌금 십만 원을 부과한다.
3. 비음주가가 찾을 수 있는 일반 음식점에서 일절 주류판매를 금한다. 어길시 영업정지 및 허가취소를 할 수 있다.
4.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을 가한다.
5. 국민 건강을 위해 술값을 일괄적으로 50%인상한다.

이러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전 비음주가로서 술냄새도 싫어하고, 술마시고 꼬장부리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거든요. 스트레스도 받고요. 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어요. 법으로 금하는 것은 음주운전 하나뿐이거든요.


아, 금주를 결심하고 실천 중이지만 애연가를 위해 공기정화능력이 아주 뛰어난 흡연부스를 의무적으로 일정거리에 설치해 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눈치는 눈치대로 받고, 세금은 엄청 내면서도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흡연가들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너무 흡연가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흡연가의 인권이나 권리도 좀 챙겨주십시오. 만일 제가 위에 만든 제안이 실행된다면 애주가 분들 어떨 것 같습니까? 난리날 것입니다. 매체와 정부가 흡연의 직접적 피해와 간접적 피해를 자주 이야기해서 더 크게 부풀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음주의 피해도 흡연만큼 강조하고 방영을 한다면 흡연만큼 심각성이 부각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니들이 담배맛을 알아?'
#담배 #금주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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