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은해사, 느티나무와 참나무의 연리지

[디카詩로 여는 세상 43] <은해사에서>

등록 2015.01.02 19:01수정 2016.03.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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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해사 연리지
은해사 연리지이상옥

누군가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는 것
느티나무와 참나무의 연리지 같은 것
                      - 이상옥의 디카시 <은해사에서>


사찰을 방문하다보면, 주변 경관이 매혹적이어서 주목을 끈다. 사찰에 도착하기 전에 아름 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수풀 속을 걸어 가는 길. 정작, 사찰보다는 그 길목이 더 정이 간다.

영천 은혜사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은해사 길목에는 수종이 다른 참나무와 느티나무의 연리지가 있다. 참 드문 케이스다. 그만큼 드라마틱하다. 파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흔히, 연리지는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나오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표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 현종은 칠월칠석 날 깊은 밤에 양귀비와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자'고 맹약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 현종의 양귀비 사랑은 은해사의 느티나무와 방불

당나라 현종이 경국지색 양귀비를 만난 것은 현종이 55세, 양귀비는 22세 때였다. 당시 양귀비는 현종의 며느리였지만, 현종은 파격적으로 양귀비를 취한 것이다. 당시 황궁에는 3천 궁녀가 있었지만, 현종은 양귀비를 만난 후에는 그녀에게만 빠져 지냈다. 현종의 양귀비로 향한 한결같은 마음은 은해사의 느티나무와 같았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은 16년 지속되다 막을 내린다. 현종이 71세, 양귀비가 38세 때다. 여기서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응한다. 당 현종은 양귀비를 만나기 전과 후가 달랐다. 양귀비에 빠져 지내다보니, 안록산의 반란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촉으로 피난 가는 길에 양귀비에게 자결하도록 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황제의 총명을 흐리게 했다는 죄명이다.

양귀비가 자결하고, 현종은 피눈물을 흘렸다.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혈루상화루(血淚相和淚)'라고 읊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사랑은 시작부터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그것은 불륜이었다. 당 현종의 양귀비에 대한 치정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으니, 결과적으로는 양귀비는 경국지색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양귀비는 경국지색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지만, 한 여성의 아름다움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고 보면 남자가 세계를 지배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 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은해사 절마당에 있는 450년의 향나무. 우람한 위용이 눈길을 끈다.
은해사 절마당에 있는 450년의 향나무. 우람한 위용이 눈길을 끈다. 이상옥

은해사 가는 길, 당 현종과 경국지색 양귀비의 일화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걷다보면 어느새 절에 도착하게 된다. 절 마당에는 450년의 향나무도 우람하게 서 있다. 과문한 탓인지, 향나무의 위용에 놀랐다. 향나무도 수령을 더하고 더하게 되니 저렇듯 우람한 위용을 드러내는 구나,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은해사의 느티나무와 참나무의 연리지도 절마당의 향나무처럼 수백 년 세월을 견뎌내며 사랑 이야기도 더 풍성하게 담아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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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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