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역 주변으로 경찰차가 배치돼 있다.
최현정
숨진 여자 승객은 40여분의 공포를 격고 탈출 후,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역 밖에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들이 응급처치를 했지만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승객 84명도 D.C. 인근 병원에 흩어져 현재 치료중이다.
이번 사고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미국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모여 있는 D.C. 한복판에서 벌어져 더 충격적이다. 사고가 난 역은 지하철 초록 노선과 노랑, 파랑, 오렌지, 회색 노선이 교차하는 D.C 지하철 역 중에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역 주변에는 미국 주택 도시 개발부(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를 비롯해 교통국(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에너지국, 교육부 등 미 행정부 주요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무엇보다 지난 주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의 악몽이 생생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소식을 접한 이들의 충격은 상당해 보였다.
랑팡플라자 역 인근의 연방정부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퇴근을 앞두고 뉴스를 들었다면서 오늘 일을 "비극적 사고"라고 했다. 마침 오늘은 워싱턴 D.C. 전역에 눈비가 오는 악천후로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출근이 2시간 늦어진 흔치 않은 날이었다. 당연히 퇴근 시간도 그만큼 늦어져 본인을 비롯한 동료들은 사고를 면할 수 있었지만,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메트로, 경찰, 소방관 등의 공조를 실망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열차 안에서 공포의 40여분을 보내야 했던 승객들은 물론이고 그 상황의 심각성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인 오후 5시30분께, 나는 D.C. 남동쪽 외곽인 프린스조지 지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는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철이라며 나를 메트로 초록색 노선의 서던 에비뉴(Southern Ave)역에 내리라고 했다. 동시에 지역 주민 몇 명도 지하철역에 내렸는데, 생전 처음 가 본 역이라 유니폼을 입은 직원에게 시내 방향을 물어 지하철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