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 "정책 아니라 홍보" 비판

평화통일기반구축법 등 담긴 정부 업무보고... "실현가능성 검토 없다" 지적

등록 2015.01.19 14:11수정 2015.01.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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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준비 ▲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준비 ▲ 국제사회와 "더불어" 하는 통일준비를 '통일준비 3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 통일부 제공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열겠습니다"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가 19일 오전 합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2015년 통일준비 부문 업무계획' 관련 보도자료 제목이다. 이들 4개 부처는 "광복 70주년·분단 70년을 맞아 실질적 통일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런 포부와 달리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8년째 사실상 파탄 상태인 남북관계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장밋빛 구상'이거나 상대방인 북한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우리 정부만의 구상이 대부분이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 제안... 남북겨레문화원 개설추진도

정부는 정권 교체에도 흔들림 없이 통일을 준비하도록 제도화하자는 취지로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에는 통일준비 인력 양성 및 부처별 전담관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북한에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해 문화·예술·종교 분야의 공동 기념행사를 협의해 나간다는 구상이며,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도 제안하기로 했다. 또 통일준비위원회와 함께 한반도의 통일 청사진을 담은 통일헌장을 제정해 국민이 공감하는 통일 비전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아래 통일문제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준비 ▲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준비 ▲ 국제사회와 "더불어" 하는 통일준비를 '통일준비 3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하고 ▲ 통일공감대 확산 ▲ 통일시대 주역 양성 ▲ 광복 70주년, 민생·환경·문화 통로 개척 ▲ 호혜적 남북경협 추진 ▲ 북한 비핵화·인권문제의 실질적 진전 ▲ 국제사회의 통일준비 참여 확대 등 6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일부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리면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과 민생·환경·문화 등 이른바 '3대 통로' 개설도 협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북한 고위급 인사 3인방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방문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대통로' 발언을 연상시키는 3대 통로는 '민생' 분야에서 복합농촌단지 조성과 모자보건 사업 확대, '환경' 분야에서 '그린 데탕트' 실현을 위한 산림협력, 공유하천 공동관리사업, '문화' 분야에서 '남북겨레문화원'(가칭) 서울과 평양 동시 개설추진, '한민족 생활문화편람'(가칭) 편찬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하나하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요한 조치들이다. 이중 남북겨레문화원(가칭)은 양측의 수도에 서로의 인원이 상주하는 것이고, 문화원 설립은 통상 수교나 관계 정상화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성사된다면 그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에 유의미한 대화는 지난해 2월 남의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의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만난 1차 고위급접촉 정도였을 뿐, 남북대화가 끊긴 상태다.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를 이유로 2차 고위급 접촉을 거부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가 한 대화 제안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또 한반도 종단 철도(서울-신의주·나진) 시범운행은 물론 산림 협력, 공유하천 공동관리사업 등 대부분의 대북 제안 내용은 5·24조치 위반 사항이다.

"부지 정리 안하고 집 짓는 격"... 북한에 제안내용 사전 전달 없어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통일외교안보부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등을 보면, 정부가 정책이 아니라 홍보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북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부터 판단할 텐데 그런 검토가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극히 악화돼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내면 다양한 의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조치부터 나와야 하는데 순서가 거꾸로 돼 있다"라면서 "지금 남북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건 5·24조치와 대북전단 문제인데, 정부는 5·24조치는 유지한다는 방침이고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을 짓겠다면서 부지정리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반도 종단 철도 시범 사업' 등 굵직한 제안을 하면서도 사전에 북한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대통령 업무보고 전날인 18일 사전 언론 브리핑에서 "이 업무보고 내용을 북한 당국에서 인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제가 알기로는 인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 당국자가 아니라 남한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문(지난해 3월 발표)도 사전에 북한에 전달되지 않았다.

1차 남북정상회담의 디딤돌이 됐던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그 전날 판문점을 통해 선언 전문이 북한에 전달됐다.
#대통령 업무보고 #평화통일기반구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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