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 키트를 사서 집에서 뜬 모자를 보내는 봉투
박현옥
요즘 신산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니 결혼하기가 쉽지 않고, 결혼 했다 해도 집 장만하기가 어렵고, 맞벌이로 겨우 감당되는 현실에 대책 없이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제대로 된 보육 시설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직장가진 엄마는 애가 탄다.
다행히 부모님 손을 빌리자니 연로하신 부모님께 애보기 중노동을 얹혀주는 일이 되다보니 젊은층이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어쩜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에게 힘든 삶을 대물림하기가 싫으니 출산을 꺼리는 것은 아닌지. 전 세대처럼 '저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는 말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 하려면 왜 저를 낳으셨나요?'라는 당돌한 질문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고 만 지 오래다.
모든 것을 떠나서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아기 갖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사회, 그런 정치, 경제 시스템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자식 낳아 키운 엄마라면 당연히 드는 생각 아닐까. 세상의 모든 엄마나 예비 엄마들이 요직을 맡아 엄마의 법칙인 '생명 존중' 사상에 따라 세상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엄마 리더십'을 가졌다고 불리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말이다.
게으른 탓에 뭇 생명을 존중한다는 완전채식도 잘 못하겠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심성을 지닌 사람을 투표로 뽑을 기회도 아직 멀었다. 하지만 새 생명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긴 해야겠다.
일단 아침에 내 일상사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달라고 신께 보채거나 징징거리는 기도 대신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다 행복하게 해주십사는 기도를 먼저 올려야겠다. 어쩌겠는가! 그것 말고는 우선 당장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이제 태어난 어린 아기들을 포함해서 이 지상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다 행복하기를 축원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 하라태평 하라안락 하라중략..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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