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내정자 이완구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 내정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 인사개편안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소연
23일 새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7번째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첫 '현역 의원 총리'가 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임명된 23명의 국무총리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총리를 지낸 인물은 총 6명이다. 그외 대다수는 법조인, 대학총장, 정부 고위관료 출신 등이 총리로 지명됐다.
노태우 정부 때는 민정당 소속의 강영훈 13대 국회의원이 현직 의원 최초로 국무총리에 내정됐지만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이라 총리 내정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식적인 첫 '의원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나왔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초대(25대) 국무총리로 내정한 황인성 14대 국회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은 최초로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
현역 의원 출신 총리가 가장 많이 배출된 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이른바 'DJP연합'에 따라 자민련 소속 현직 의원 3명을 연달아 총리로 임명했다. 15대 국회에서는 김종필 명예총재(충남 부여)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포항 북구)이 각각 31대·32대 총리를 지냈다. 16대 국회에서는 이한동 전 국회부의장(경기 연천·포천)이 33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명의 현역 의원 출신 총리가 나왔다. 이해찬·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이해찬 의원은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17대 국회의원(서울 관악을)으로서 36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2년간 직무를 수행했다. 37대 국무총리로 임명된 한명숙 의원도 경기 고양 일산갑에 지역구를 둔 17대 국회의원이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이명박 정부 때는 현직 국회의원 출신인 국무총리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한편, 전직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 총리로는 고건(30대·35대) 전 총리와 한승수(39대) 전 총리가 있다.
"책임총리 구현, 대통령과 후보자의 선택에 달렸다"
현직 정치인이 총리로 발탁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책임총리제'가 구현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무적 경험과 기반을 바탕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등의 권한을 소신있게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역대 '의원 총리' 중에서 권한을 충실히 발휘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전 총리와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 정도다. 다만 두 사람이 이른바 '소신 총리'로 불리게 된 데는 각각 특별한 배경이 있다.
김 전 총리는 정권을 함께 창출한 주체였기 때문에 사실상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리 역시 '탄핵정국'에서 복귀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일상적 국정운영을 위임받아 책임총리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책임총리 구현 가능성은 정치인이라는 특성보다는 대통령이 얼마나 총리와 권력을 나누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민주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의 방향에 맞게 정치적 판단을 내리려면 선출직 정치인이 총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책임총리형 정치는 대통령이 총리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주고, 그 권한을 총리가 얼마만큼 발휘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완구 후보자는 당에서 선출된 원내대표다, 개인 의원보다는 훨씬 무게감 있는 인물이므로 책임총리로서의 잠재력이 높다고 봐야 한다"라며 "결국 책임총리 구현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 후보자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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