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는 울어 제키는데 엄마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김학현
케빈 카터(Kevin Carter, 1960~1994)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생 포토저널리스트입니다. 전쟁터와 기아의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어 보도함으로 아프리카의 기아상황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사진작가이지요. 그가 수단의 아요드의 식량 센터로 가는 도중에 한 독수리와 독수리 앞에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죽어가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그 장면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고, 그 사진을 본 세계는 기아현장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을 대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 <독수리와 소녀(수단의 굶주린 소녀)>는 1993년 그에게 특집사진 부문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겼습니다.
사바나로 변한 덤불 사막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아이가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웅크리고 있고, 그 곁에 깃을 접고 아이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독수리가 앉아 있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본 세계는 금방 돌변했습니다. 사람들은 케빈 카터에게 그때 사진을 찍을 게 아니고 그 아이를 구해내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 사진이 요행으로 찍힌 것이거나 카터가 어느 정도 연출한 장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욱 카터를 괴롭힌 것은 아이를 돕지 않고 사진 찍는 일에 더 신경을 쓴 사진가는 그 현장에 있는 다른 독수리에 불과하다며 카터의 도덕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었다."(<퓰리처상 사진> 헬 부엘, 209쪽)안타깝게도 케빈 카터는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케빈 카터는 사진을 찍은 후 소녀를 구출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런 현장을 자주 접하다 보니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고, 그때마다 약물을 의지했습니다. 결국, 죽음으로 위대한 포토저널리스트의 삶은 사그라진 것이지요.
케빈 카터와 동료들 이야기는 <뱅뱅클럽>(스티븐 실버 감독, 2010)이란 영화로 나와 2012년 2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습니다.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만델라의 투쟁 시절) 때 4명의 사진작가가 만나 분쟁과 아프리카의 기아를 사진으로 담으며 우정으로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고뇌와 아픔이 고스란히 작품에 서려있지요.
딸내미가 퓰리처상은 욕심내지 않기를딸내미가 하도 손자 녀석을 찍어대다 보니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뱅뱅클럽>에 등장하는 사진작가들이 상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케빈 카터 역시 자신의 사진 한 장이 그렇게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될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하여튼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퓰리처상에 빛나는 <독수리와 소녀>가 탄생한 것만은 진실입니다.
조금은 억지일지 모르지만 딸내미가 우는 손자 녀석을 달래지 않고 사진부터 찍는 게 아닌가 하는 꽃할배의 노파심이 이상한 방향으로 글을 끌고 왔네요. 하여간 누가 뭐라고 해도 딸내미의 사진 기록은 여전할 것 같으니 한편으로 안심입니다. 그래야 제가 손자 녀석의 자라는 모습을 가보지 않아도 알 게 아닙니까.
열심히 셔터를 누르되 딸내미가 퓰리처상은 욕심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가 찍은 사진의 파급력 때문에 맹비난을 받았던 케빈 카터, 그가 퓰리처상을 욕심내진 않았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딸내미가 퓰리처상을 욕심낼 리가 없지요. 하지만 생생한 손자 서준이의 역사를 오롯이 사진에 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오늘도 손자 녀석 사진을 보며 이 할배는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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