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1억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빗장 풀까

'수수료매장 의무휴업일 제외' 표결 끝에 부결... 중소상인들 불안은 여전

등록 2015.02.02 17:56수정 2015.02.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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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에게 걱정 거리가 생겼다. '대형마트 내 임대차 매장과 판매수수료 매장 등, 유통 대기업에 월세 또는 판매수수료를 내는 상점(아래 임차 매장)'을 의무휴업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남동구에 소재한 홈플러스 간석점과 이곳 임차 매장 상인들은 최근까지 수차례 의무휴업일 변경과 의무휴업 제외를 골자로 한 민원을 남동구에 제출했다.

중소상인, 상생안-의무휴업 완화 연계 의혹 제기

남동구는 현재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간석점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의무휴업일을 설날로 대체하자고 요청했고, 이곳에 입점해 있는 임차 상인들은 자신들도 중소상인인 만큼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남동구는 지난 1월 27일, '남동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아래 협의회)' 회의를 열었고, 이 민원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어 안건 설명 후, 토론이 진행됐다. 모래내시장상인회와 인천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표결 결과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선 5기 때 간신히 마련해놓은 중소상인 보호 빗장이 풀릴까봐 걱정하는 눈치이다.

중소상인들이 이러는 데는 지난 1월 21일 인천시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인천상인연합회(회장 이승부)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3사의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협약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 이후 남동구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협약에 의하면, 대신 대형마트 3사는 사회공헌사업비 1억 원을 마련해 '인천 전통시장 우수상품 전시회'와 '인천 상인 한마음전진대회' 개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 3사의 의견을 반영해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대형마트의 사회공헌사업을 널리 홍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대형마트 3사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게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힘을 모을 수 있게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그리고 대선까지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여기에는 중소상인 보호와 육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19대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자, 민선 5기 대부분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규제를 골자로 한 대형마트 규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이번 협력안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위한 포석이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윤대영 인천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 총무이사는 지난 1월 28일, "경제민주화 담론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오히려 사장됐다"며 "최근 인천시는 유통재벌과 전통시장 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협약의 골자는 인천시가 올해 예산에 편성 못한 사업비 1억 원을 대형마트가 줄 테니 그 돈으로 행사를 치르고, 상생하자는 것이다"며 "남동구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위한 첫 신호탄을 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남구에서는 임차 매장 의무휴업 자율화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의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다. 홈플러스 간석점 임차 상인들은 남동구에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면서 남구의 사례를 들었다.

남구는 현재 대형마트 내 임차 상인들의 의무휴업 자율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임차 상인들은 자율이라 쉬지 않고 있는 것.

남구에는 대형마트가 3개 있다. 신세계 이마트 1개와 홈플러스 2개(인하점과 숭의점)다. 이마트는 백화점 휴일에 맞춰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고, 홈플러스 인하점과 숭의점은 둘째 주와 넷째 주에 일요일에 쉬는데, 임차 상인들은 예외다.

임차 상인들이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을 제출하자, 남구는 2013년 1월 임차 상인의 '의무휴업 자율'이라는 자체 방침을 정해 공고했다.

남구 관계자는 지난 1월 29일, "임차 상인들이 자신들은 의무휴업일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며 "그 뒤 공고를 했고, 임차 상인 의무휴업일 자율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어 그대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따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간석점은 민선 5기 때 이미 임차 상인들을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을 남동구에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도 남구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 남동구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의당 소속 배진교 구청장은 남구와 남동구의 사정이 다르다며 거부했다.

지난 28일,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은 각각 독립돼 있는 점포들의 집합체를 대형마트로 규정하고 있다"며 "남동구가 유통산업발전법을 정확히 해석한 것이고, 남구는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박우섭 남구청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중소상인 보호를 약속했고,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며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렵다, 조례가 아니라 남구의 규칙이니 만큼 개선해서 중소상인들의 걱정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유통산업발전법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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