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추연창
대구형무소가 사라진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샛길 같은 도로가 나온다. 네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샛길 같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 샛길을 들어서면 곧장 모습이 조금 생소한 절이 하나 나온다. 언뜻 눈으로 살펴보아도 일본풍 냄새가 술술 풍겨나는 일본식 사찰이다. 이곳에 일본식 사찰이 세워진 까닭은 삼덕동 일대가 강점기 때 주로 일본인이 거주한 곳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헤아려진다.
물론 이 일대에 포진해있던 대구형무소, 법원, 학교 등에 근무하는 일본인들과 그 외 조선인들이 주로 이 절의 신도였을 터이다. 하지만 1916년경에 세워진 이 사찰의 본래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절이 관음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동화사의 원명 스님이 주지로 부임해온 1968년부터라고 한다. 거리문화시민연대가 펴낸 <대구 신택리지>는 관음사 건물이 본래 일본인 사찰로 지어졌지만 그 이후 한국인 사찰로 고스란히 명맥을 유지한 대구 유일의 절이라고 평가한다.
관음사 앞을 지나 샛길을 끝까지 가면 경북대병원이 도로 너머로 나타난다. 도로 건너편에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지만 차량은 직진을 하지 못한다. 모양만 네거리지 실제로는 네거리가 아닌 셈이다.
오랫동안 걷고, 오랫동안 기다리는 도보여행의 맛따라서 이런 길에서는 길을 건너지 말고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굽어서 걸어야 한다. 물론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국가사적 422호인 경북대병원 건물을 감상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왼쪽에 보이는 국채보상공원 옆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바라보며 100m 가량 내려가면 경북대병원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여기서 잠깐 뒤를 본다. 지금은 무심히 지나쳐도 무방한 보통의 건물이지만, 한때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생명의학연구원 건물이 도로에 바짝 붙어 서 있다.